문화관광부가 2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개정안 입법방향을 제시해 입법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문화부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을 바탕으로 1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달에 당정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발의키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이 제기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과 소유규제, 인터넷 포털의 언론중재법 대상 포함 등으로 한정된다.

또 지난해 7월28일부터 시행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시행 전부터 의원입법 형태로 여러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문화부 방안을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발의, 이미 발의된 개정안과 병합해 대안으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지배적 업자 규정 개정
신문법 17조는 시장지배적 업자 추정 요건으로 1개 사업자의 전국 발행부수 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60% 이상인 경우로 규정했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기준인 1개 사업자 50%, 3개 사업자 75%보다 강화된 것이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에 비해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도록 규제한 것은 신문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도 적정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을 평가하고 있는 점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신문들에 대한 개별적인 선호도를 합쳐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있는 점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 사이에 시장의 동질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불공정행위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문화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보완입법 과정에서 입법기술과 실효성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이를 보완하는 입법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헌재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행부수만이 아닌 복수의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복수의 기준을 정하더라도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부여한다면 문화부가 결정할 것인지 자료신고를 받는 신문발전위원회가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기준의 임의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을 구분할 경우 전국지와 지방지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기준이 논란이 될 수 있으며 경제신문 가운데 일반일간신문으로 등록한 경우도 있어 동일한 시장범위를 획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17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헌 결정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기준을 공정거래법보다 강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굳이 논란을 일으키며 신문법에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두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되기 때문에 이 조항을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안상운 변호사는 지난달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은 보완입법하는 것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도록 하고 독자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신장하며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 쪽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규제 조항 정비
헌재는 신문방송 겸영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신문법 15조 2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신문의 복수 소유에 대해 규정한 15조3항에 대해서는 일간신문의 지배주주의 신문 복수 소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복수소유 규제의 대상을 일정한 매출액 이상의 신문으로 한정한다든지 또는 주식 인수의 결과 발행부수가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넘는 경우에만 규제한다든지 함으로써 신문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로 규제 범위를 좁힐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일간신문의 일간신문 겸영과 출자는 허용하되 시장점유율이 일정비율 이상인 경우에는 겸영이나 출자비율을 제한키로 했다.

일정비율에 대해 문화부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신문업계에서는 위헌으로 결정되긴 했지만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요건인 1개 사업자 30%가 기준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문화부는 또 15조의 소유규제 조항이 과거 언론기본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긴 입법상 불비나 모순된 부분을 보완, 방송사ㆍ뉴스통신사ㆍ대기업 등이 일간신문 겸영 금지와 50% 이상 출자를 제한하는 규제대상에 특수관계자를 포함했다.

다만 방송법에서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사, 대기업의 지상파방송과 보도 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겸영 금지는 물론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같은 사안에 대해 두 법이 상충된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상충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신문법 개정안이고 현행 규제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한 논의는 최근 발족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해 7월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 발의와 함께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포털도 언론중재법 대상 포함
문화부는 언론중재법 개정시 필요한 사항으로 인터넷 포털 등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꼽았다.

현재 인터넷신문은 언론중재법 대상이지만 인터넷신문 등록 조건은 자체기사 생산 30%, 상시인력 3명 이상 등으로 대부분의 포털들은 제외된다.

따라서 문화부는 포털의 공적 책임을 높이고 신속한 언론피해구제를 위해 인터넷신문 등록과 상관없이 포털에 '미디어 포털' 혹은 '유사언론' 등의 지위를 부여해 언론중재법상의 언론의 개념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아울러 포털의 뉴스는 대부분 기존 언론사의 기사를 단순 매개하는 점을 고려해 자체생산기사와 단순매개기사에 대해 차별적으로 책임을 부과하고 매개 기사에 대한 피해구제방법을 신설키로 했다.

이 방안은 피해자는 생산자나 매개자에 선택적으로 정정보도 등을 청구하고, 포털은 피해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에 통보하며, 해당 언론사는 청구를 수용하거나 정정보도를 할 경우 그 내용을 포털에 통보, 포털은 그 내용을 지체 없이 보도하는 것이다.

포털을 언론중재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이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박찬숙 의원,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문화부의 개정안과 병합, 대안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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