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 출산, 육아 등 여성의 고용 삼중고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인사취업전문기업(HR기업) 인크루트(Incruit Corporation, 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가 인크루트 여성 회원 1528명을 대상으로 2006년 5월 19~8월 3일까지 ‘여성 일자리 현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퇴사한 뒤, 재취업시 고용의 질은 악화 되는 등 여성의 고용 삼중고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비정규직’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번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1천528명) 중 73.8%(1천128명)가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적이 있었으며, 이중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66.0%)들의 ‘고용의 질’은 현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여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영업•판매•생산조립직 등 ‘비정규직’을 택하고 있는 것.

재취업 성공률을 보면, 기혼 여성이 62.3%로 미혼 여성(72.7%)에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재취업 이후 고용의 질을 살펴보면 결혼, 출산의 과정에 따라 고용의 질도 함께 하락한다는 것.

결혼•출산 등의 이유로 재취업 전후를 비교하면, 정규직은 급속히 줄고 비정규직은 대폭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실제로 미혼 여성의 경우 재취업 후 비정규직이 13.6% 증가한 데 반해 기혼 여성은 110.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결과(129.5%)과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기혼 미자녀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이 90.9%, 출산 과정까지 거친 ▲기혼 유자녀 여성은 116.7%까지 증가하는 등 비정규직 증가폭이 더 컸다.

또 결혼•출산 과정을 거친 기혼 여성의 경우 급여 역시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500여만원 가량 급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급여가 24.2%나 줄어들었다. 정규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기혼여성의 급여 증가율(8.9%)은 미혼(14.8%)보다 적었다. 반면, 미혼의 경우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던, 비정규직을 재취업하든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급여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들이 보다 높은 급여를 위한 자발적인 이직의 성격이 강한 것과는 달리 기혼 여성은 비정규직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낮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

또한 미혼 여성들이 비교적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것과는 달리 기혼 여성들은 재 취업 후 예전의 경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 그 결과 재취업 후 영업, 판매, 유통매장, 조립•생산직 등 경력이 없어도 가능한 직종으로 재취업하고 있는 것. 재취업 전후의 직종을 비교해보면, 텔레마케터가 75%나 증가했고, 영업직 37.5%, 유통매장직 25.0% 생산조립직12.5% 등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고용의 질’ 하락은 재취업 전후의 기업 규모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재취업 후 기혼 여성의 경우 ▲대기업 종사자가 63.2%나 감소했고, ▲종업원 300인 이상 중견기업 종사자도 52.4%나 줄어들었다. 반면, 미혼의 경우 ▲대기업 종사자가 50.0% 줄어들긴 했지만, ▲종업원 300인 이상 중견기업 종사자는 50.0% 증가했다. 또 기혼 여성의 경우 ▲종업원수 100명 미만의 소기업 근로자도 28.2%나 늘어났지만, 미혼 여성의 경우 오히려 10.8% 줄어들었다.

▶ 반 강제적으로 퇴사

이처럼 기혼 여성들이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낮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결혼•출산•육아 문제로 반 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경험이 있기 때문.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적이 있는 여성((1천128명) 중 절반 이상(52.5%)이 자발적 퇴사가 아닌, ‘반 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과 출산 과정을 거친 여성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혼 여성의 경우 72.2%가 외부적인 요인 없이 자발적으로 퇴사한 반면, 기혼 여성은 34.2%만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68.2%)에 비해 ‘반 강제적’으로 퇴사한 여성이 15.7%P 줄었다는 것. 또 결혼했다고 해서 퇴사를 강요 받는 여성도 감소했다. ▲기혼-무자녀 여성의 경우 48.5%가 비자발적 퇴사라고 밝혀, 지난해 조사결과(61.4%)보다 12.9%P줄어들었다.

반면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별반 나아진 것이 없었다. ▲기혼-유자녀 여성의 경우 72.1%가 어쩔 수없이 ‘반 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혀, 지난해 조사결과(75.1%)와 비슷했다. 결혼 유무 보다는 출산•육아 문제가 여성의 경력 단절을 가져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둔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출산 못지 않게 결혼도 여성의 경제적 참여의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출산(17.2%) ▲결혼(14.2%) ▲구조조정(11.7%) ▲육아(9.2%) 등의 순으로 나타난 것.

▲기혼-유자녀 여성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출산(33.1%) ▲육아(19.3%) ▲결혼(16.7%) 등으로 10명중 약 7명(69.1%) 결혼•출산•육아 문제로 직장을 포기한 셈이다. 기혼-미자녀 여성 역시 33.3%가 결혼을 기점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6%는 구조조정에 의해 직장을 잃게 됐다.

반면, 미혼 여성은 ▲구조조정(11.1%) ▲이직(12.1%) 등의 이유로 퇴사하는 등 기혼 여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직장을 그만 둔적이 있다면 그 이유는?

▶ 경제활동 참여자 증가

이처럼 결혼, 출산, 육아 등 여성 고용 걸림돌 문제가 별반 개선되지 않고, 비정규직 위주의 일자리 밖에 구할 수 없음에도 불구, 경제활동 참여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일하고 싶은 의욕이 더욱 왕성해진 것.

조사대상(1천528명)의 71.6%(1천94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조사결과(48.6%)보다 크게 늘어났다. 또 미혼에서 기혼으로, 기혼여성에서 유자녀의 단계를 거치면서 경제활동 참여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보다 그 감소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미혼(76.4%) ▲기혼-미자녀(69.4%) ▲기혼-유자녀(68.8%) 등이 현재 직장을 다니며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는 지난해 조사결과(▲미혼(58.7%) ▲기혼-미자녀(56.6%) ▲기혼-유자녀(44.1%)) 보다, 결혼과 출산 과정을 거치며 경제활동 참여율이 현격하게 줄어든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결혼, 출산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들의 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것. 재취업에 나서려는 이유에 대해 ▲‘일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8.4%로 가장 높았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가 37.1%를 차지했다.

그만큼 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 이는 현재 미취업상태인 여성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미취업자 10명 중 8명(82.0%)이 구직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으며, ▲미혼(87.1%) ▲기혼-미자녀(78.4%) ▲기혼-유자녀(80.0%) 등과 같이 결혼,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자들이 일자리를 적극 찾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정부가 저출산사회 계획 시안을 내놓는 등 여성 정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정부는 물론 기업,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여성 삼중고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급 여성 인력을 잃게 돼 국가적 손실일 뿐 아니라 향후 다시 국가, 기업의 인력난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시급히 조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김정민 기자 annjm@digi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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