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안전수칙고지 위반 논란

-“사실관계 확인중이다”
-여행사는 여행객의 안전을 지킬의무 있어

“결혼식날 친구들 사진찍을 때 같이 찍을 걸... 이제와 후회한다... 하늘에서건 어디서건 항상 같이하자. 잊지 않을게. 많이 사랑했다. 사랑하고 사랑할게”

“납득하기 참 힘들다. 너를 사진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편안하게 있지? 사랑하는 내 친구...”

지난 4월 12일 결혼한 차모(30.여)씨. 현재 그녀의 미니홈페이지에는 결혼을 축복하는 글 대신, 그녀를 그리워하는 지인들과 네티즌들의 애도의 글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신혼여행중 참변

발리로 신혼여행을 간 한국여성이 '패러세일링(Parasailing)'을 하다 사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화촉을 올린 지 이틀째였다.

지난 4월 20일 현지 언론인 'Balidiscovery.com'은 “14일 오전 10시 30분경 발리 탄중베노아 해변에서 파라세일링을 하던 한국여성이 돌풍에 휘말려 추락사했다”고 보도했다. 차씨는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돌풍에 휘말려 보트에 연결돼있던 로프가 끊어지면서 50m상공으로부터 근처에 있던 공동묘지에 추락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보도에 따르면 가이드를 맡은 현지 업체는 당일 돌풍에 대한 기상청의 경고를 무시했으며, 정기적인 장비점검과 안전수칙준수에도 소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에서 이번 사고를 목격한 김모 씨는 “사고가 나기 3분전부터 조금씩 이슬비가 내렸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며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 하늘에 떠있던 몇 개의 패러세일링 기구중 한 기구에서 한 여성이 떨어지고, 2,3명은 로프가 끊겨 나무에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지 지역신문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총 7개의 패러세일링 기구에 탔던 관광객중 4명이 사고를 당했으며, 차 씨 외에 호주 관광객 1명이 숨지고, 다른 한국인 1명과 현지인 1명은 야자수에 걸쳐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지 패러글라이딩협회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지 업체가 끊어진 로프의 사전점검에 미흡했다고 비난했다.

◆하나투어 은폐의혹

이런 사실은 한 네티즌이 현지 기사를 국내의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차 씨의 신혼여행을 주관했던 여행업체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차 씨의 참변소식을 접한 이모 씨는 해당업체인 하나투어의 홈페이지를 찾아 “공개게시판에 최소한 사과문이라도 게재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으나 하나투어 측에서 비공개 게시판으로 게시물을 옮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고, 개인적인 불만, 시정에 대한 글들이 노출됨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고, 그 일방적인 내용으로 인해 개인정보와 인격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하나투어 측의 답변을 공개했다.

이 씨는 “고인과 안면도 없는 사람으로서 내가 바란 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였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성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세상의 어느 때인데'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세상이 어느 때인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나투어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사과문 게시보다는 현장에서의 사고처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사실 은폐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개된 게시판을 통한 개선의 글 등은 종종 의도적으로 남발되고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비공개로 처리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차 씨의 시신은 이미 국내로 운구해 장례까지 끝낸 상태”라며 “현재 현지 경찰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세한 보상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현재 유가족들이 심경적 고통을 들어 보상협의 문제를 차후로 미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전 수칙을 고지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나 확신할 수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현지 업체가 기상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패러세일링을 강행한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객안전 끝까지 책임져야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다 숨진 A씨의 아내와 가족들이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재판부는 “여행사와 가이드는 혹시 모를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미리 강구하거나 이들에게 그 뜻을 고지해 여행자 스스로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해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여행계약과 거기에 부수한 옵션계약에 대해 부담하는 안전배려 의무를 게을리한 여행사 측의 과실이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법원도 여행피해 소송과 관련 고객안전에 대한 책임의무를 먼저 따지기 때문에 여행사에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묻는 추세다. 이는 “여행객들의 안전을 여행사가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가족여행 중 여행사가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제트스키를 배우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숨진 B씨의 유가족도 여행사를 상대로 안전수칙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여행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조씨 측 손을 들어준바 있다.

지난해 199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여행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하나투어. 하나투어는 이번 사고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그 규모와 명성에 맞는 사후처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다시는 이와같은 참변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지에서의 안전점검과 여행객안전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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