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서울여성(상임이사 변도윤)은 서울여성들 삶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2006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을 발간하였다. 서울지역 여성의 특성에 맞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한 기초가 되는 이번 통계자료는 인구·가족을 비롯하여 교육, 경제, 보건, 문화, 정치참여 등 각종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수록함으로써 서울여성 삶의 변화와 현재 모습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특별시 정보화기획단에서 발간했던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은 올해부터 서울특별시 산하 재단법인 서울여성에서 발간함으로서 성인지적 관점의 양성평등지표를 보완하였다. 특히,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관련한 지표를 중점 보완하여 정책 기초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통계지표도 지난해 171개 지표에서 347개로 대폭 늘려 서울여성의 삶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 여성 노인들 50.9%가 자녀 및 친척들로부터 용돈 받아

이번 「2006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을 살펴보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거부할 수 없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여성 고령인구의 빈곤화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서울시민의 생활비(용돈) 마련방법에 대한 조사에서 남성은 74.6%가 본인 및 배우자를 통해 마련하는 반면 여성은 44.3%가 본인 및 배우자, 50.9%가 자녀 및 친척을 통해서 마련한다고 답하여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나 자녀에게 노후 생활을 의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월평균 소득에 있어서도 여성의 44.6%가 50만원 미만의 소득 수준을 보이거나 23%가 소득이 전혀 없는 노인이라는 점에서 여성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 노후 보장받을 수 없는 고령 여성, 연금의 사각지대 놓여

2005년 성별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은 117,666명으로 전체의 37.5%를 차지하고 있어 남성의 62.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를 보인다. 수급자 비율에서도 노령연금이 57.6%, 유족연금이 31.1%인 반면, 남성의 87.8%가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것으로 보여 여성들은 배우자 사망에 의한 유족연금 의존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노후준비방법에 있어서도 여성들은 공적연금보다는 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령 여성들은 노후에 공적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현재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 자체가 안정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전제로 한 모델로 무임금 가사노동을 주로 담당하던 여성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저학력·고령일수록 여성들의 가사책임 높아

주부가 주도하거나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지는 경우가 78.8%로 대다수를 차지하여 여전히 집안에서의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의 책임이 높음이 드러났다. 서울시민의 가사분담 실태에 의하면 2005년 현재 주부가 주도하고 남편이 분담하는 경우가 4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이어 주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도 36.7%를 차지했다. 반면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5.3%에 불과하였으며 남편이 주도하는 경우는 0.5%로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 아직까지는 낮은 수치이지만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30대는 6.2%였지만, 40대부터 50대에는 4%대로 낮아졌다가 60대에 6.3%로 다시 높아지는 점을 봤을 때 남성들이 퇴직 후 가사노동을 좀 더 분담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학력별로 보면 저학력일수록 여성들이 가사책임을 지는 비율이 높아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비율이 중졸이하의 경우 4.6%인데 반해 대학원 이상인 경우는 7.1%로 더 높았다.

◇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0.014%”뿐

최근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로 2005년에 총 23,160명이 육아휴직을 하였다. 하지만 이중 남성들의 육아휴직은 329명으로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 가사노동과 더불어 육아·보육이라는 보살핌 노동이 여전히 여성에게 부과되는 큰 책임임을 나타내고 있다. 육아휴직은 성별뿐만 아니라 사업장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1,000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육아휴직이 전체의 56.9%차지하고 있다. 보육과 관련한 조사를 살펴보면 서울시내 보육시설은 2000년 4,041개였던 것에서 2005년 5,328개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10.3%로 매우 낮은 비율이었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미한 수준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보육과 관련하여 서울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보육문제는 보육비 지원확대를 들었으며 방과후교실과 야간·24시간·휴일·시간제 보육시설 확충을 가장 희망한다고 답하였다.

◇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한걸음, 광역 및 기초의회 여성 진입 증가

여성들의 정치 및 사회참여 관련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제4대 서울시 광역의원 중 여성이 12.3%, 기초의원 중 19.5%를 차지함으로써 제1대 선거에서의 9.5%와 4.3%에 비해 많은 여성들이 광역 및 기초의회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보여 진다. 공무원 수에서도 2005년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이 25.5%를 차지함으로써 2000년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5급 이상의 여성공무원은 9.7%에 그쳤으며 직급이 낮을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 9급의 60.3%가 여성임이 나타났다. 남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여성 사업체 대표자가 2004년 말 전체의 30.9%를 차지함으로써 1999년 28.3%에 비해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희망신호라고 보여 진다.

◇ 아직은 넘기 힘든 유리천장

정치 및 사회참여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긴 하지만, 여성근로자들의 실상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성들의 월평균 임금은 약 189만원으로 남성의 64.1% 수준에 그쳤으며 대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에 있어서도 여성은 68%로 남성의 73.5%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여성 임금근로자 중 64.1%는 임시 및 일용 근로자이고 전체 무급가족종사자의 88.3%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연령대별 취업자 분포를 살펴보면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15.3%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반면, 자녀양육을 일임해야하는 다수의 30대 여성들은 낮은 취업 분포를 보여 여전히 M자형 곡선을 나타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직률과 입직률에 있어서도 여성이 모두 남성보다 높은 수치를 보임으로써 여성들의 근로 여건이 불안정함을 보여주고 있다.

< 김정민 기자 annjm@digi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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