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김정 특파원] 미용사 최모씨(25·여)는 2년 전 한 인터넷 광고를 접했다. 미국에서 월 소득 1000만원을 보장하는 미용실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솔깃한 내용이었다. 미국 비자가 없는 최씨는 브로커들이 일러주는 대로 관광객을 가장해 캐나다로 들어가 미국에 밀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경을 넘자마자 최씨가 끌려간 곳은 현지 한인이 운영하는 성매매업소였다. 업소 주인은 “알선 브로커에게 몸값 1500만원을 선지급했다”면서 최씨를 방에 감금한 뒤 성매매를 강요했다. 최씨는 갖은 고생 끝에 반년 만에 성매매업소를 탈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지금껏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일 국내 여성 2000여명을 미국에 밀입국시켜 성매매업소에 팔아넘긴 브로커 장모씨(49) 등 3개 조직 13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꾐에 넘어간 20~30대 여성들은 미국 국경선을 넘기 위해 캐나다·멕시코 등지에서 심야에 산을 넘거나 국경 수비대와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 등은 미국 LA와 캐나다 밴쿠버·토론토 등을 무대로 미국 밀입국 조직을 촘촘하게 움직였다. 국내 모집책부터 밀입국 안내책-운송책-직업알선책까지 조직원들의 역할을 세분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동양 여성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취업 여성들과 인상 착의가 비슷한 여권을 출입국 심사대에 제출해 여성들을 밀입국시켰다. 또 경비가 소홀한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나침반과 무전기·첨단 야간 투시 장비 등을 이용해 국경 근처 야산을 넘기도 했다.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2003년 8월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서 한국 여성들을 태운 차가 미국 국경 수비대의 체포를 피해 달아나다 전복돼 여성 1명이 사망한 사건에도 장씨 일당이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여성들은 밀입국 중에 브로커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는 미 국토안보부, 캐나다 경찰과의 공조로 진행됐다. 국제범죄수사대 강인석 경정은 “멕시코 등지에서는 여전히 여러 개의 성매매 알선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인터폴과 공조하는 등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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