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으로서 비중 높아져...한나라 원내대표 유력

중국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로 和平堀起(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라는 말이 있다. 주변의 경계나 우려를 사지 않으면서 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받게 되는 불필요한 견제를 피하면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배경이 숨어있는 정책이라고도 해석된다. 그런데 5월 여의도에서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홍 의원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금배지를 달면서 4선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나 이방호 사무총장 등 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선에서 의외의 고배를 들면서 4선급 의원들은 갑자기 한나라당의 핵심 인사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중진들은 급격히 몸값이 뛰었다. 5선이 된 김형오 의원, 4선이 된 안상수 원내대표, 일찍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홍준표 의원, 정의화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런 상황은 한 마디로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홍 의원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썩 좋은 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중진이면서도 중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홍 의원으로서는 이런 정국에서 이제 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져 '주류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했다.
이전에 홍 의원이 주류로 편입을 시도할 때마다 견제가 들어오던 정국과는 아무래도 다른 구도, 그리고 홍 의원의 부각 상황이 평화롭고 원만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은 화평굴기 그 자체다. 이런 구도에 '굳히기'를 하자는 듯 홍 의원은 “임태희 의원과 러닝 메이트로 뛰겠다”고 나서고 있다.

◆홍 의원 '수도권에 힘을 실어달라' 주장 설득력

한나라당 차기 원내대표를 놓고 경합 중인 유력인은 대체로 2명. 홍준표 의원과 정의화 의원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공히 임태희 의원을 당 정책위원장으로 삼아 같이 일하고 싶어한다. 임태희 의원이 보여온 능력과 친MB인사로서 막강한 당청 관계 조율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이 상황에서 임 의원은 일단 홍 의원과 손을 잡을 태세다. 임 의원은 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당 대표로 영남출신인 박희태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원내대표까지 영남출신 정 의원이 맡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홍 의원과 손잡은 배경을 설명, 입장을 정리했다.
이렇게 되자 일단 홍 의원으로 문제가 기운 가운데, 그렇다면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원장으로 가는 삼각편대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와의 '궁합'이 어떨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홍 의원은 이 상황에서 '수도권 배려론'을 펼치고 있다. 당대표로 급부상하고 있는 박희태 의원이 영남 인사인 상황에 원내대표까지 영남 인사가 들어서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 홍 의원의 주장이다. 또 10일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 회동에서 박 전 대표가 새 당대표로 낙점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때에도 역시 수도권 중진 원내대표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는 것이다.

◆당선되면 친이 세력 내의 야당 역할 가능

이런 구도가 의외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단순히 '대세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홍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입지 때문으로 읽힌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에 들어와 정치를 하면서도 한 번도 정치적으로 핵심에 선 적이 없다. 최병렬 대표 시절에 공천심사라는 중임을 맡은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당의 요직에 등극한 적이 없다. 검사 시절처럼 늘 '좌충우돌'하는 그에게 당 핵심인물들이 무게를 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항상 의리론을 주장하면서 최병렬 전 의원이나 한때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던 이명박 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낸 것은 그에게 야생적인 생존능력을 길러줬다. 그래서 홍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의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아 분루를 삼킨 이후에도 자체적인 능력으로 '반값 아파트' 등 정책통으로 자신의 새 입지를 굳히는 저력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몸값을 높은 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이런 사정은 그가 단순히 이번 대선 승리 이후에 Mb당선 공신으로 자리매김하는 대신 독자적인 중진급 샛별로 떠오르는 데 성공한 배경이 됐다. 이런 독특한 이력의 홍 의원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되면 친이 인사 중의 야당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상을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야당들과의 대결구도에서는 제몫을 하면서도 한나라당 내부 관계에서는 자체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천재일우 기회 살려 '차기'노릴 듯

현상황에서 홍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이번 구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이번 원내대표를 수행하면서 보다 많은 현실정치 업무를 집행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널리 아우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노리고 홍 의원이 원내대표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원내대표를 발판으로 홍 의원은 이후 어떻게 활용하려는 것일까?

홍 의원이 그간 저격수에서 정책통으로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는 지난 당내경선에서 자신의 가능성 못지 않게 한계점을 느끼게 된다. 즉 이명박 대 박근혜 같은 큰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 당의 여러 인사들과 스킨십이 없는 단순한 정책전문가로서는 '뜨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즉 이미 대선주자급으로 자신의 스탠스를 매겨놓은 홍 의원으로서는 이번 원내대표직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엄청난 다툼을 벌이면서 자리를 거머쥐는 것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런 상황에 당내 중진들의 대거 퇴장 및 수도권 원내대표 필요성 부각이라는 좋은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그에게 분명한 행운이다. 홍 의원은 그간 강경한 이미지, 돌발형 인물이라는 달갑잖은 평에 시달려 왔는데, 현정국은 그런 그의 모난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러운 도약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문제는 마지막 차기 원내대표직 도약과정에 돌출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조정감각'으로 보인다.큰 열매를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는 지혜를 홍 의원이 발휘할 때다.

투데이코리아 임혜현 기자 ih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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