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여론재판..구태정치문화 폐습"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정운영의 핵심"이라며 "인사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인식과 정치권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를) 1년반 남겨놓은 상황에서 인사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레임덕 차원이 아니고 마무리 국정운영에 있어서 참으로 국정이 표류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한 여당내 부정적 의견에 대해서도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다 그러나 안된다 그런 얘기가 나오던데 그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 아닌가"라며 "인사를 함에 있어 능력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그 이상의 자질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 실장의 이 같은 언급은 전날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보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힌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이 실장은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분과 국무위원으로 같이 한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며 "문 전 수석이 된다 안된다 차원을 떠나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적 권한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의 국정운영의 마무리와 종합적인 수행을 위해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이며, 그걸 위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김병준(金秉準) 부총리 파문과 관련해 "모든 걸 몇가지 왜곡된 상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몰아치고 하는 관행, 패턴은 여야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분명히 지양해야할 사안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 들어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을 중심으로 여론재판이 시작되고, 정치권은 진상규명 절차는 생략하고 검증되지 않은 근거를 갖고 사퇴부터 주장하는 그런 행태는 정말 고쳐져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며 "구태적 정치문화의 폐습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실장은 "김 부총리의 경우 (청문회) 과정을 통해 충분하진 못하지만 많이 이야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그러면 그 진위를 가리는 또다른 절차적 노력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김 부총리의 사표수리 시점에 대해 "대통령께서 아직 언급이 없으셨다"고 밝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청관계와 관련해 그는 "당청간 갈등하는데 차별화니 하는 인식 자체가 좋은 결실을 이룬 적이 없다"면서 "당은 무엇보다 언론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 냉철하고 합리적인 자기 판단이 중요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 실장의 정치권 비판 언급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언급하지 않는게 좋겠다"며 반응을 회피했으나, 한 고위 당직자는 "인사에 문제가 많으니 신중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아니냐"며 "비서실장이 정치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것은 맞지만, 대통령은 그 인사권은 국민의 뜻을 존중해서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문제를 갖고 여론재판이라고 매도하며 반성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참여정부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공격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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