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연봉삭감에 검찰 수사까지 이어져

-“연봉삭감, 기관장 인력난 가져올 것”-
-일부에선 조직 존폐 위기마저 감돌아-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혁이 사정 '칼바람'으로 시작되고 있다.

기관장 재신임의 뒤를 이어 연봉삭감이 발표되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마저 진행되며 그간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이 매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이들 기관의 '자체의지'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압박이 가해지면서 기관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검찰 수사 등 정부의 사정 '칼바람'은 빠르면 이달 말 공개될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안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향후 금융공기업들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인적 구조조정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관.
◆“기관장 연봉삭감, 비현실적”=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에서 밝힌 '공공기관 경영계약제'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11개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기본연봉이 1억5000만원으로 묶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의 기본급은 3억2500만원이어서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가 있자 금융공기업 내부에서는 “앞으로 누가 지원하겠느냐”며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기관장의 연봉이 많다는 비판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수준이 아니”라며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관료 출신은 공기업 대표를 못 맡도록 했기 때문에 1억5000만원 연봉으로 민간 출신의 유능한 인력을 유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장의 경우 수억원의 기본 연봉에 판공비가 따로 지급되며 수십억원대 이상의 스톡옵션이 제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연봉 삭감은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고 책임경영과 자율성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다른 금융기관의 3분의 2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고 금융공기업에 기관장으로 오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하며 “매년 소관부처 장관으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고 실적이 저조하면 중도하차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될 금융공기업 기관장에 유능한 민간 전문가가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체질 개선과 변화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민간과 동일하게 경쟁해야 하는 금융공기업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1년이상 기관장 '집으로'=

이에 앞선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한 재신임 결과를 발표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무난히 재신임을 통과했다. 이들 모두 관료 출신이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임명돼 재임기간이 4~5개월 정도로 짧은데다 해당 기관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재신임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재' 명칭 등 권위주의적 업무 행태에 대해 비판을 받은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특히 예금보험공사 산하의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 등 CEO 4명이 모두 교체됐다.

또 양천식 수출입은행장과 금융공기업 수장 중 유일한 민간 출신이었던 홍석주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교체됐다.

이번 금융공기업 기관장 재신임과 관련 일부에서는 '근거도 명분도 없는 물갈이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이번 재신임 결과를 보면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기관장만이 유임됐다”면서 “1년 미만이면 일 할만 하고 1년 이상이면 안 된다는 것이 과연 인사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비판을 가했다.

금융공기업 노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 기관장이 전문성과 직무수행능력,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관리 능력, 도덕성 등 다양한 기준을 감안할 때 어떤 부분에 충족하지 못해 교체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지주 회장을 비롯해 CEO 4명이 모두 교체되는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손실 등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인 것은 알겠지만 4명의 기관장을 모두 교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조직 존폐위기마저 염려=

검찰은 지난 14일 증권선물거래소 부산 본사와 서울 사옥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한데 이어 캠코 본사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런 와중에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도 그랜드백화점 대출과 관련해 팀장급 인사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해당 금융공기업이 검찰의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에 타 금융공기업들도 연이은 검찰 수사가 공기업 민영화의 명분 제공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수사는 결국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금융공기업 관계자도 “감사원 감사의 여파로 조직 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 이제는 검찰 수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있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방안에 조직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조직의 존립여부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 금융공기업 직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가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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