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및 초기투자비 회수로 물값 2~3배 뛰어

▲ <사진 = 환경부>

오는 6월부터 하루에 '14만 원'을 내고 물을 사용한다. 하루에 한 사람이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은 285ℓ. 마시고, 씻고, 빨래를 하는 등 매일 매일 써야만 하는 물의 양이다. 현재 이 물을 모두 수돗물로 사용한다면 170원 정도다.

하지만 기업들에서 생산해 파는 물을 이용한다면 1ℓ에 500원으로 어림잡아도 총액은 약 14만 2천 원에 이른다. 800배가 넘는 가격차이다. 정부가 만들겠다는 '물산업지원법'이 완성되면 이제 우리는 모두 하루에 14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물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민영화는 이뤄질 듯

인터넷에서는 수도민영화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되고 이렇게 도면 수도요금이 수백 배가 올라 샤워 한 번 하기도 힘든 때가 온다고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말이다.

현재 정부는 '수도민영화'와 '물산업지원법'을 추진중이다. 이는 같은 똑같은 '물관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명백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이름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다고 해서 절대 '괴담'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개혁방안'에 따라 305개 공공기관 중 에너지 관련 공기업 등 60-70개를 민영화 대상으로 검토, 20-30개 기관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3일 “이미 전체 개혁안 마련 작업의 70%는 마무리됐다”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에는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개혁방안'에 따라 민영화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자회사 등이다. 또, 관광공사와 수자원공사, 방송광고공사 등은 수익성이 있는 일부 사업 부문만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이 속도를 내자,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성난 민심이 또 다시 들끓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누리꾼들은 “서민이 가장 필요한 수도·전기·가스난방 등 민영화가 되면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기능이 없어져 요금이 오를 건 분명하다”며 “누구를 위한 민영화며,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비난을 하고 있다.

대부분 누리꾼들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 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이명박 정권의 반서민적 정서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재경부 담당자는 “수도민영화에 대해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수자원공사의 민영화이고 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망만을 관리하는 것이다”라며 “수도민영화는 '한다', '안한다'는 말은 아직 할 수 없는 게 6월 말까지 그 타당성을 확보한 후 기본계획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물 값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전하며 “민영화의 목적은 일단, 지금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이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고, 이미 형성된 시장을 위해 공기업이 민간 영업활동에 거스르거나 막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처음 만들어 졌을 때의 정책적 목적은 이미 달성이 됐고 기관은 계속 존속되는 것에 대해 목적 달성이 됐기에 민간이 충분히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시장경쟁의 원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민영화는 “주인이 바뀌는 것이지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경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래도 국민은 불안하다

괴담이 인터넷에 퍼지자 환경부는 최근 이례적으로 “하루 14만원의 수돗물 값은 도저히 산출될 수 없는 허구의 수치”라며 반박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1t에 577.3원이며 1인당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의 값은 평균 156원이다. 이는 생산원가의 82% 수준인데 원가를 100% 반영한다고 해도 물 값이 1t에 740원에 불과한 만큼 물값이 기름값 수준인 하루 14만원으로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 관련 시민단체들 역시 괴담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보고 있기는 하지만 민영화가 수도 요금을 큰 폭으로 올릴 것은 틀림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물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이하 물사유화공동행동)의 박하순 연구팀장은 “상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원가에 맞추기 위해 물값 인상 움직임이 있는데다 시설 설치와 초기 투자에 쓰이는 비용, 이윤 확보 등의 이유로 물값이 지역에 따라 2~3배 가량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의 예측대로라면 현재 가구당 물값이 한 달에 2만원이라면 4만~6만원으로 뛰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공공의 영역인 수도사업의 운영권을 영리를 최선의 가치로 삼는 민간 기업이 가져가게 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으며 상수도의 민영화가 저소득계층의 물에 대한 접근권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농어촌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37.7%로 절반에 한참 못미치는 실정인데 수도 민영화 이후로는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리는 없다는 예측이다.

외국 사례를 빌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994년 프랑스의 거대 물기업인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가 상수도사업을 거머쥐면서 2년 만에 수도요금이 600% 인상됐고, 인도네시아 역시 상수도가 민영화되면서 온데오와 영국회사 템즈에 회사에 물 경영권을 넘겨준 뒤 혼란에 빠졌다. 이후 수도세는 2001년 35%, 2003년 40%, 2004년 30% 3차례나 뛰어올랐다.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 볼 때 “향후 정부의 수도사업 경영효율화 계획에 따라 운영비 절감, 노후 시설 개량을 통한 누수저감 등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으로 생산원가 인하”전망을 예견하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물값 인상의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내달 물산업지원법 입법예고

이처럼 상수도사업의 민영화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부는 5월말경에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민영화 작업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도의 소유권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남게 되는 만큼 '민영화'보다는 '전문화'라는 표현이 옳다”며 “물산업 육성과 관리의 전문화·효율화를 위해 수도시설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물산업지원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다국적 물기업이나 국내의 민간 기업이 물값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윤정애 기자 jung@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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