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각축장 된 수입차 시장

-20여개 브랜드 치열한 경쟁속 가파른 성장세-
-재계, 수입차 시장서 후계자 경영능력 검증도-

지난 1987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신규로 등록된 수입차가 시장 개방 이후 최초로 5만대를 넘어섰고,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5%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등 수입차를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입차 시장에 '경영능력'의 시험무대 삼아 도전장을 던지며 뛰어든 대기업 2~3세들의 경쟁 역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2007 수입차 시장 결산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신규로 등록된 수입차는 전년(4만530대) 대비 31.7% 증가한 5만3390대였다. 지난 1987년 처음 수입차 시장을 개방할 당시만 해도 총 10대의 차량이 등록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다.

최근에는 아우디·BMW·렉서스·메르세데스-벤츠 등 2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들이 한 대라도 더 많은 차를 팔기 위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각종 금융혜택이나 할인행사 등 활발한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또 과거에는 '부의 상징'으로 불렸던 수입차의 시장가격도 국산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품이 출시되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렇게 수입차 브랜드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재벌가 2~3세들이 거둔 성과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사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수입차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이렇다 할 성과는커녕 적자에 허덕인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급속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며 흑자로 전환, 나름의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과거 두산·효성·코오롱그룹 등 중견그룹이 수입차 시장의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SK·LS·GS 등 굵직한 재계 상위권 그룹들도 하나둘씩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벌2세, 수입차로 짭짤한 수익=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형제 조현준씨, 조현문씨, 조현상씨가 각각 5%씩, 효성이 약 85%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더클래스효성. 메르세데스-벤츠를 수입해 판매하는 더클래스효성은 수입차 판매 사업 원년이었던 2004년 595억원 매출에 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05년에도 736억 매출에 5억원 가량 적자를 봤다.

하지만 사업 시작 2년만인 2006년 영업익 21억원에 순익 13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1187억원에 영업이익 21억원, 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를 올린 인물은 3남인 조현상 효성그룹 전무. 조 전무는 더클래스효성 설립부터 실질 경영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경영 실적을 정상화시켜 놓고, 효성의 전략본부 전무로 복귀했다는 후문이다.

BMW의 최대 딜러사인 코오롱글로텍(코오롱모터스)은 지난해 자동차사업부문에서만 2430억원의 매출과 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입차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고 있는 코오롱글로텍은 수입차 판매 외에 섬유소재, 자동차 내장재 생산·판매, 관광휴양업 및 레저스포츠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웅렬 코오롱회장이 3.63%, (주)코오롱이 53.8%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그룹 계열사다.

GS그룹 계열사인 센트럴모터스는 렉서스 딜러사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1.92%,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녀인 허인영씨가 18.67%, 삼양통산 고 허정구 회장의 손자인 허준홍씨가 10.11% 등 GS그룹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 설립된 이래 2004년 4억원, 2005년 1억원, 2006년 11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780억원 매출에 1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일진·KCC '혼다' 경쟁=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도 혼다 딜러사인 두산모터스로 수입차 시장에 발을 담갔다. 두산모터스는 박 부회장이 최대주주(18.6%)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그 외 가족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2006년 6억원 흑자에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443억원, 영업이익 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혼다는 수입차 브랜드 중 BMW, 렉서스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SUV차량인 혼다 CR-V는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해 두산모터스가 선전한데는 이에 힘입은 바 크다.

허진규 일진그룹회장의 둘째사위 김윤동 사장도 혼다 딜러사인 일진모터스로 지난 2006년 10억원의 흑자에 이어 지난해 19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또 이주용 KCC그룹 회장 장남인 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도 혼다 딜러사 KCC모터스로 지난해 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여러 차종을 '병행수입'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같은 차종을 다른 딜러사보다 6~17%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직 수익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서는 조만간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LS그룹도 최근 LS네트웍스를 통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토요타는 내년 하반기부터 렉서스를 제외한 전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으로 공식 딜러를 모집했는데 LS네트웍스가 여기에 제안서를 낸 것. 그 외 더클래스효성과 코오롱글로텍도 토요타 딜러 모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의 장남인 김한균 사장이 맡고 있는 참존모터스도 아우디와 밴틀리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참존모터스는 2006년 9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대조를 이룬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상대적인 중저가 차량의 급속한 증가추세와 맞물려 신규 브랜드가 속속 진출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구매취향의 다양화와 함께 한-미·한-EU FTA에 대한 기대감도 수입차 시장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어,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 2~3세들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들로서는 수입차 시장이 경영권 승계 등을 앞두고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사업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무대라는 것도 사실이다.

투데이코리아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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