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가까워 온다. 그 사이에 남대문 전소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분 좋은 일 보다는 이런저런 일들이 온통 국민들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 탓에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 지지의 당선과는 달리 20%대의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기업 경영자 출신답게 경제대통령을 내세웠는데 침체된 서민 경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국민소득 4만달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그 방향조차 명확하지 않다. 만병통치약인양 강조하는 것은 온갖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특히, 한ㆍ미 FTA 체결이 열어줄 밝은 미래를 홍보하고 있다. 한미FTA를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이명박정부는 된서리를 맞았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려다가 이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초래했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일 태세가 아니다. 이 나라 주인인 국민들의 목소리를 일관되게 무시해온 그동안의 태도가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는데도 결국 쇠고기 재협상을 정부가 끝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공포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ㆍ미 FTA를 반대하는 단체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올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위험이 높은 부위와 연령의 쇠고기까지 수입한다는 협약을 졸속으로 체결하면서 초중고생들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서명이 순식간에 100만명이 넘었고 대규모 촛불시위가 조직되었다. 국회의 쇠고기 청문회 인터넷 중계는 월드컵 경기보다 인기가 높았다.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은 국민들이 광장에서 자발적으로 주인된 힘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입시 중심교육으로 숨죽이며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촛불시위 참여는 한편으로는 우려되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스럽다.

광우병 공포는 미친소를 수입하지 않으면 된다. 광우병 예방시스템을 잘 갖추면 된다.

그렇지만, 점점 무한경쟁으로, 성적 비관 자살로 우리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미친 교육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친소 만큼이나 미친 교육도 공포스럽다.

그래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잘못되어가는 교육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대운하 문제, 의보 민영화 문제, 공공기관 사유화 문제에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괴담, 배후, 처벌 운운하며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에서 국민을 섬기겠다는 취임 구호가 신기루보다 헛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염려하고 반대하는 광우병 공포는 이명박 정부에게도 일면 두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 검역주권의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광우병 논란을 지켜보던 미국 농무부는 주저앉는 소(다우너)에 대해 도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이 미국의 행정도 바로잡아 미국인의 건강권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광우병 논란과 촛불시위 현장은 '민심은 천심'임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 교과서이다.

최순영(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교육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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