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시키 소속 김승라ㆍ김지현 씨

(요코하마=연합뉴스) "국적을 바꿔서라도 고국 무대에 꼭 서고 싶었습니다."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배우 600여 명 중에는 뮤지컬 스타의 꿈을 향해 땀 흘리며 연습하는 한국인 배우가 61명이나 있다.

주역으로, 혹은 단역으로 일본 무대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요코하마 시에 위치한 시키 예술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승라(42) 씨와 김지현(34) 씨도 고국 무대를 향한 소망을 간직한 시키의 주역급 배우들이다.

1997년 시키에 입단한 김지현 씨는 오디션에서부터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아 단번에 주역급으로 발탁된 케이스. 빼어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뮤지컬 '캣츠'의 주인공 그리자벨라 역, '라이온 킹'의 무당 역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역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10월 말 국내에서도 공연될 예정인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일본 무대에서 무당 역을 6년 이상 맡아온 그는 라이온 킹에 800회, 캣츠에 600-700회 가량 출연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극단에 적을 둔 첫 한국 배우인 김승라 씨는 총련 출신으로 10여년간 총련계 예술단체인 금강산 가극단에서 활동하다가 1996년 시키에 입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6월 초 시키의 라이온 킹 국내 제작발표회 때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고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강한 집념에 방문 당시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옮기기까지 했다.

"경북이 고향인 아버지께서 통일될 때까지 고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하셔서 결국 일본 땅에 묻히시고 마셨습니다. 북한 무대에는 여러 번 서봤지만 남한 땅을 한번도 밟지 못했던 저로서는 항상 고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 한 편에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때 경북 영천의 할머니 산소를 방문한 뒤 국적도 남한으로 옮겼습니다. "

금강산 가극단에 몸 담았던 김승라 씨가 시키에 입단한 것은 우리 민족으로서 일본 사람들과 동등하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재일동포들을 차별하고 멸시했던 일본인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일본식 예명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 이름을 고집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그는 10월 말 개막하는 라이온 킹의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어떤 역을 맡고 싶으냐는 질문에 "고국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어떤 역이든 상관없다"며 "한국 무대에서는 일본의 라이온 킹을 넘어선 세계 1등급의 라이온 킹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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