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특별취재반 = '파워 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예리한 크로스가 크루즈 미사일처럼 낮은 궤적을 그렸다. '리틀 칸' 김영광(전남)이 순간 볼을 덮치기 위해 동물적인 동작으로 골문을 박차고 뛰쳐 왔다. 그러나 '원톱 해결사' 안정환(뒤스부르크)의 감각이 한 발 더 앞섰다. 안정환의 머리에 맞은 볼은 텅빈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아드보카트호가 연일 강도를 높여가는 실전 훈련으로 '킬러들의 감각'을 가다듬고 있다. 29일 밤(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축구대표팀 훈련장 머레이 파크에서는 유럽 현지에 도착한 이후 처음 실전과 같은 그라운드 전면을 활용해 '11대11 풀사이드' 연습경기가 진행됐다. 현지 시간으로 전날 오후까지는 골대를 앞으로 당겨 그라운드 사이즈를 줄인 '스몰사이드 경기'였고 시간도 2라운드로 그리 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10여분씩 4쿼터가 진행됐다. 실전과 다름없었다. 흰 조끼를 입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음성은 한층 더 거칠어졌다. 이틀째 실전 훈련에서 주목할 대목은 단연 박주영(FC서울)-안정환-설기현(울버햄프턴)의 '신(新) 스리톱(3-top) 편대'였다. 전날에 이어 주전을 상징하는 노란 조끼를 입은 조의 스리톱은 이들 세 명으로 같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 15차례 평가전에서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카드였다. 그러나 '뉴 카드'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아드보카트호의 심장' 박지성과 설기현의 호흡이 탄성을 자아냈다. 2쿼터 초반 이날 연습경기에서 터진 유일한 골은 둘의 환상적인 2대1 패스에서 나왔다. 박지성이 먼저 설기현에게 볼을 터치해주자 설기현은 수비진에 스크린을 편 채로 '살아있는 벽'이 됐다. 박지성이 날카롭게 오른쪽 측면 빈 공간을 엿봤다. 설기현의 원 터치 쇼트 패스가 이어지자 박지성은 측면을 돌파했고 상대방 왼쪽 수비수 김동진(FC서울)이 편 방어막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이어 박지성의 크로스와 안정환의 감각적인 헤딩 슛이 터졌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핌 베어벡 코치도, 필드 플레이어 대신 뛴 홍명보 코치도 모두 그림같은 골 작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안정환은 원톱 라이벌 조재진(시미즈)이 지난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 교체 투입된 뒤 골을 넣어 위기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스트라이커가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과 같다.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골 결정력을 둘러싼 논란보다는 오로지 실제 골 감각으로만 얘기하겠다는 각오다. 노란 조끼조는 중원 삼각편대로 박지성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김남일(수원)이 섰고 포백(4-back)은 왼쪽부터 이영표(토튼햄), 김진규(이와타), 최진철(전북), 송종국(수원)이 포진했다. 반대편은 정경호(광주), 조재진, 이천수(울산)가 스리톱을 형성하면서 김두현(성남), 백지훈(FC서울), 김상식(성남)이 중원에, 김동진, 홍명보 코치, 김영철(성남), 조원희(수원)가 포백에 포진했다. 홍명보 코치는 현역 시절 뛰던 자리에 복귀해 풀게임을 소화한 뒤 상기된 표정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뛰어야죠"라며 웃었다. 그는 전날 연습경기에서는 오른쪽 윙백 포지션을 소화했다. 조끼를 입지 않은 조의 공격력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천수는 절묘한 월패스 돌파로 1쿼터 초반 수문장 이운재(수원)와 정면으로 맞섰다. 예리하게 땅볼 슛을 날렸지만 볼은 왼쪽 골 포스트에 맞고 반대 쪽으로 흘렀다. 이날 실전 훈련에는 왼쪽 발등을 밟혀 재활 중인 미드필더 요원 이호(울산)만 빠졌다. 이호는 "발등이 많이 나아졌다. 곧 정상처럼 뛰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랐다. oakchul@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