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붉은 함성 속 박지성 막판 기적의 동점골

(라이프치히=연합뉴스) 특별취재반 = '투혼(鬪魂)', 그리고 극적인 드라마였다.
라이프치히에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반도 전역에서 밤을 세워가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친 4천만의 함성은 후반 36분 형언할 수 없는, 가슴 벅찬 환희로 붉게 타올랐다.
아드보카트호가 '아트사커' 프랑스와 기적같은 막판 무승부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전반 9분 티에리 앙리에게 첫 골을 잃었으나 후반 36분 박지성이 거짓말같은 동점골을 뽑아내 '레 블뢰' 프랑스에 1-1 무승부를 기록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이로써 1승1무(승점 4)가 된 한국은 프랑스(2무), 스위스(1무), 토고(1패)를 제치고 조 수위를 굳게 지켰다.
한국은 오후 11시 도르트문트에서 열릴 스위스-토고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16강 진출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아드보호는 최종전에서 스위스를 꺾으면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고 스위스-토고전 결과에 따라서는 스위스와 비기더라도 16강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한국은 프랑스와 역대 전적에서 2연패 끝에 천금같은 무승부를 따냈다.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3일 토고전에서 쓴 스리백 대신 포백카드를 빼들었다.
이천수, 조재진, 박지성을 스리톱에 포진시키고 중원에 이을용, 이호와 김남일을 포진시킨 다음 좌우 윙백에 김동진, 이영표, 중앙 수비진에 김영철, 최진철을 배치했다.
태극호는 라이프치히경기장 한쪽을 완전히 점령한 붉은악마들의 함성 속에 결전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초반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앙리를 원톱으로 놓고 중앙에 지네딘 지단, 좌우 측면에 플로랑 말루다와 실뱅 윌토를 배치한 프랑스는 킥오프 휘슬과 동시에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7분 앙리의 돌파에 이은 윌토르의 오른발 슛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이운재가 가까스로 선방했다.
뼈아픈 첫 실점은 곧 터졌다.
전반 9분 다시 중앙을 파고든 윌토르가 아크 정면에서 김남일을 앞에 놓고 오른발 슛을 날렸고 김남일의 발에 맞은 볼은 골지역 앞으로 흘렀다.
양쪽 중앙 수비수 사이에는 앙리가 또아리를 뜰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살린 앙리는 문전으로 흐른 볼을 낚아챈 뒤 이운재의 움직임을 보면서 왼발로 가볍게 터치 슛을 때렸고 볼은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후에도 프랑스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전반 24분 말루다가 하프라인부터 중앙으로 돌파한 뒤 중거리포를 겨냥했고 27분에는 말루다의 코너킥을 지단이 헤딩으로 맞췄다.
전반 28분에는 파트리크 비에라의 롱 패스를 앙리가 1대1 찬스를 잡을 뻔 했으나 다행히 이영표의 육탄 방어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 32분에는 지단의 코너킥을 비에라가 헤딩으로 꽂았으나 이운재가 오른 무릎으로 네트에 빨려들던 볼을 간신히 막아냈다. 볼이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심판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전반 아드보카트호의 공격은 무력했다. 전반 38분 이천수가 미드필드 좌중간에서 감아찬 프리킥이 문전에 밀집된 선수들을 뚫고 바운드돼 먼 골 포스트 쪽으로 비켜간 게 유일한 슈팅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이을용 대신 설기현을 투입하고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 전술 변형을 꾀했다.
여전히 경기가 풀리지 않자 김상식을 부상으로 쓰러진 이호 대신 투입하고 이천수를 뺀 다음 '해결사' 안정환을 내보내 동점골을 노렸다.
토고전과 마찬가지로 안정환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약간 처지고 박지성이 다시 사이드로 빠져 4명의 공격수로 공세를 폈다.
프랑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을 노리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은 토고전에 이어 다시 한번 기막히게 들어맞았다.
'늙은' 프랑스는 '젊은' 태극전사의 거침없는 공세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 25분부터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후반 34분 김동진이 헤딩슛으로 반격을 편 한국의 감격적인 동점골은 후반 36분 터져나왔다.
정말 거짓말과도 같은 동점골의 주인공은 '아드보카트호의 심장' 박지성이었다.
중원에서 기회를 엿본 박지성은 아크 쪽으로 볼을 몰고가다 오른쪽 측면의 설기현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설기현은 측면을 날카롭게 파고든 뒤 지체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설기현의 크로스는 먼 골대 쪽으로 길게 넘어왔고 조재진이 이를 헤딩으로 문전에 떨궈주자 박지성이 골문으로 쇄도했다.
박지성은 바운드된 볼을 오른발 끝으로 재치있게 건드렸고 볼은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손끝을 피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막판 앙리에게 1대1 찬스를 내줬지만 이운재가 온몸으로 신들린 방어막을 펴 귀중한 승점 1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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