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5자리놓고 공성진.진영.김성조 등 각축

촛불시위 정국 경선 아닌 추대형식도 거론돼

오는 7월3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선출하는 한나라당의 당권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대세론 속에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며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은 6.4지방선거 재보선 지원유세를 펼치며 실질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또 3선의 김성조 의원이 친박 진영과 영남권의 지원에 힘입어 출마의지를 굳혔고 재선의 진영.공성진 의원도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회의장 경선에서 낙선한 안상수 의원이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추대를 등에 업고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당권경쟁은 한층 가열된 가운데 혼미한 안개정국 양상이다.

대세론 속 '관리형' 내세운 박희태
한나라당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박 전 부의장은 정치색을 띠지 않고 청와대를 뒷받침한다는 '관리형 대표론'을 내세워 당권경쟁의 우위에 서 있다. 그는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화려한 정치이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경선 선대위원장을 지내는 등 당 주류진영의 핵심인물로 노련하면서 튀지 않는 정치스타일이 여권의 위기국면을 잘 넘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원만한 인간관계와 합리적 판단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당내는 물론 야당과도 소통할 수 있는 '관리형 대표'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대의원.당원 투표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당 안팎의 분석이다.
박 전 부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당권을 놓고)관망해왔지만 이제 서서히 움직여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제부터 사람들을 좀 만나려고 한다”고 당권 경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부의장은 여권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경륜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곧 당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난 뒤 지방순회에 돌입할 예정이다.

차기 대권 꿈꾸는 '실세형 대표론' 정몽준
박 전 의장에 맞설 것으로 보이는 정 최고위원은 당내 기반이 아직은 약하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실질적인 정치력을 보여주겠다는 '실세형 대표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이번 6.4 재보선 지원유세도 활발히 뛰고 있는데, '당심'이 결국은 '민심'을 따를 것이라며 당대표 입성을 자신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자신의 대중성을 무기로 당 대표 선호도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 의원측 자체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만큼 조직력에서는 박 전 부의장에게 뒤질 수밖에 없지만 인지도에서는 크게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대 유권자의 30%에 해당되는 여론조사 득표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의원·당원 표를 얼마나 끌어모으느냐에 따라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다만 이번 경선이 당내 세 대결 양상이 될 경우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정 최고위원은 세계축구연맹(FIFA) 총회 참석차 호주를 방문했다가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28일 귀국하자마자 재보선 지원유세를 위해 강행군을 벌이는 등 '당권경쟁'을 본격화했다. 정 최고위원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세형 대표론'을 내세우며 “집권 여당은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 이를 대통령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리형 당대표'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펴며 박 전 부의장에게 공개경쟁을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쇠고기 정국이 해소되는 시점에 맞춰 당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치근 여의도 당사 맞은편 대하빌딩 4층에 나란히 경선사무실을 차려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쇠고기 정국' 해법에서는 서로 다른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부의장 측은 “혼란할수록 경륜 있는 인사가 무리 없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고, 정 최고위원 측은 “정부에 민심을 제대로 전하려면 역동적인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각자 적임자론을 내세우고 있다.

소장파지지로 안상수론 힘실려, 경색정국 활로에도 기대
최근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해 김형오 의원에 석패한 안상수 의원은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속에 당대표 출마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 MB계열 최측근 인물로서 지지를 받고 있고 현 정부 출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최대 장점이다. 현 정부의 당내 복심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이번 국회의장 후보경선에서 선수에 밀려 5선의 김형오 의원에게 석패하긴 했지만, 적지 않은 지지를 받음으로써 당내 입지를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현재 안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 이후 복지부동하며 향후 일정을 조율하고 있고 당내 추이를 지켜본 후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이번 당권경쟁의 최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측은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대선 BBK사건부터 올해 치뤄진 총선까지 너무 바쁜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며 직적접인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내 소장파들의 지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여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촛불정국, 경선보다는 추대형식 의견 나와
한편 당대표 외 최고위원 후보군의 경쟁도 치열하다. 주류측의 공성진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우며 조만간 전대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며, 여성 후보로 단독 출마한 박순자 의원은 여성몫 최고위원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 핵심인 정두언 의원도 전대 출마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정 의원은 광주.전남지역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성향이자 강재섭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경북의 김성조 의원은 'TK(대구.경북) 대표론'을 내걸고 출마 입장을 굳혔다. 또 박근혜 전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진영 의원도 조만간 전대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쇠고기 정국으로 나라 안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서 당대표-최고위원을 전당대회를 통한 경선보다는 전국위 추대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 당권경쟁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준비위와 경선 선관위까지 구성한 상황이라 추대형식으로 당대표-최고위원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투데이코리아 이완재 기자 wan@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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