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꺾고 '끝나지 않은 신화' 쓴다

(쾰른=연합뉴스) 특별취재반 = '신화(神話)는 다시 시작된다'
아드보카트호가 2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엑스포 시티' 하노버에서 '알프스의 전사들' 스위스와 운명의 결전을 벌인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 G조 조별리그 최종전으로 단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 승부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결전 이전에 괜한 평가를 사절했다.
스위스전을 앞두고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약 한국이 스위스와 비기고 1승2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면 그 정도의 성적을 한국에서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런 질문은 대회가 끝난 뒤에 하라. 우리는 반드시 스위스를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은 간단하다. 이기는 것 뿐이다. 같은 시간 쾰른에서 열리는 프랑스-토고전 결과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은 22일 18시15분 쾰른 인근 베르기시-글라드바흐의 베이스캠프 숙소인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을 떠나 전세기편으로 결전지 하노버 공항으로 향한다.
하노버까지 비행 시간은 50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은 비행기에 몸을 실은 23인의 전사들에게 자신들의 축구 인생에서 영원히 돌아올 수도, 다시 바꿀 수도 없는 시간이다.
짧은 거리지만 전세기를 택한 것은 조금이라도 선수들의 피로를 가중하지 않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컨디션 전략이다.
현지 숙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팀 호텔 지정 추첨에 따라 시내 엑스포 플라자에 위치한 래디슨 SAS 하노버 호텔로 정해졌다.
대표팀은 23일 0시15분 하노버 월드컵경기장(니더작센 슈타디온)에서 가볍게 몸을 풀면서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한다.
이미 스위스에 대비한 전술 훈련은 마쳤다. 21일 바이 아레나에서 진행된 비공개 훈련을 통해 6대6 미니게임으로 '전형 시뮬레이션'을 끝냈다.
그들에게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은 설사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패배를 안고 떠나올 수는 없는 '결전의 성지'로 남을 것이다.
'작은 장군'의 지휘를 받는 전사들은 '쓰러질 순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각오로 무장했다. 결전의 무게는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결전의 승리 외에 다른 어떤 상상도 허용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한국 대표팀이 반드시 스위스에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토고전 결과에 따라 비기더라도 행운의 16강행 가능성이 남아 있다. 프랑스가 한 골차로 승리할 경우에는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한결같이 "스위스전에서 승리하는 것만 생각한다. 다른 경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스위스를 누르고 2승1무를 기록해 1위로 16강에 오르겠다는 각오는 23인 모두에게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동일하다.
스위스의 야코프 쾨비 쿤 감독은 "50번째 A매치의 선물로 승점 3점이면 충분하다. 한국은 압박이 무섭고 체력이 강한 팀이다. 그들의 후반 경기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위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난 14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를 비롯해 프랑스와 세 번 연속 비겼다.
21일 현재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과 함께 '유이'하게 무실점 철벽 방어를 펴고 있다. 유럽팀 가운데 조직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스위스는 비기면 16강행이 확정되지만 질 때는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가 토고를 꺾는다고 볼 때 현재 조 1위인 스위스가 1승1무1패가 되면서 한국, 프랑스에 밀려 3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위스의 전략은 위험을 감행하는 쪽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스위스는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을 펴는 방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이는 상대가 우리 팀이든, 잉글랜드든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극전사들은 "무조건 선제골을 넣고 쉽게 가겠다"고 했다. 토고, 프랑스전에서 역전 드라마를 쓴 다음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기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력으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기세다.
지난달 27일 4천만의 뜨거운 열정과 간절한 염원을 부푼 가슴에 안고 인천공항을 떠나 장도에 오르며 '끝나지 않은 신화'를 완성하겠다고 수도 없이 되뇌인 태극호의 자랑스러운 선원들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은 이제 48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