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6년전 '17초의 恨' 설욕 다짐 佛 노장들 '죽느냐 사느냐' 결의

(서울=연합뉴스)최후의 결전만 남았다.

지난 달 1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된 '65억 지구촌의 축제'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가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리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아트사커' 프랑스의 한판 승부로 막을 내린다.

조별리그 48경기를 포함해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이제 결승과 3.4위전(9일 오전 4시)만 남겨놓고 있다.

한 달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웃을 자를 가리는 일만 남았다.

'늙은 수탉'으로 조롱받던 프랑스의 노장들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할 순간이 다가왔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기적의 1분'에 거짓말같은 마법을 펼치며 '전차군단' 독일을 돌려세운 이탈리아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결승에서 당한 역전패의 설욕을 다짐한 뒤 "17초의 한(恨)을 풀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두 팀은 둘 다 푸른색을 팀 컬러로 쓰고 있다. '레 블뢰'와 '아주리'는 같은 색이다.

이탈리아가 홈팀 자격으로 결승에 나서기 때문에 전통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는다. 반면 프랑스는 '불패의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 프랑스는 16강 스페인전부터 세 번 연속 흰색을 입고 3연승을 달렸다.

결승이 열리는 베를린에는 12만 명의 양팀 서포터스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독일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결승 킥오프 직전에는 콜롬비아 팝가수 샤키라가 분위기를 돋우고 하프타임에는 스페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라운드를 웅장한 톤으로 수놓는다.

◇리피 vs 도메네크 '지략과 뚝심의 대결'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뒤스부르크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율하며 조용히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리피 감독은 "우린 모든 면에서 독일을 꺾고 결승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차분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공격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 수비는 완벽한 자신감에 차 있다"고 했다.

리피 감독은 결전이 승부차기까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페널티킥 키커들을 골라 비밀리에 훈련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피는 이탈리아프로축구 1부리그(세리에A)에서 유벤투스 사령탑을 맡아 수 차례 우승을 일궈낸 명장 중의 명장이다.

그러나 결승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네 차례 올라 세 번이나 패배를 곱씹었다. 이번만은 다르다며 '노회한 지략'을 가다듬고 있다.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조별리그까지 프랑스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16강 토너먼트 이후 뚝심있는 전술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브라질과 8강전, 포르투갈과 준결승에서 리드를 잡은 뒤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수를 잇따라 투입해 승부를 굳히는 배짱을 자랑했다.

도메네크 감독은 "끝까지 함께 하거나 아니면 공멸하는 것뿐이다. 우리 팀의 베테랑들은 지쳤지만 결승전이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메네크는 "재능, 전략, 정신력, 투지 등 모든 면에서 존경할 만한 팀인 이탈리아와 결승에서 맞붙는다는 사실이 더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단-토티 '고별 혈투' '아트사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과 이탈리아의 베테랑 미드필더 겸 스트라이커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는 이번 결승이 마지막 A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단은 이미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토티도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둘 다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지단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어법으로 '죽느냐, 사느냐'를 입에 올렸다.

준결승 독일전에서 연장 종료 직전 두 번째 골을 넣은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유벤투스)는 이례적으로 "지단은 넘버 원이다. 그가 이끄는 프랑스가 좀 더 유리할 걸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티는 조별리그까지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보였지만 준결승부터 팀에 강인한 정신력을 불어넣는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엘리손도의 손' 어느 쪽을 택할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결승 '포청천'으로 논란에 휩싸여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오라시오 엘리손도(42) 심판을 선택했다.

레나르트 요한손 FIFA 부회장은 "심판위원회가 엘리손도 심판을 결승에 기용하는 것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모든 리플레이에서 그의 판정은 정확했고 우수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엘리손도는 사상 처음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을 모두 맡아본 심판으로 남게 됐다. 그는 지난 달 10일 뮌헨에서 열린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을 맡았다.

지난 달 24일 하노버에서 열린 한국과 스위스전에서 한때 오프사이드 오심 논란에 휘말렸던 엘리손도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에서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급소를 밟은 웨인 루니에게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빼들었다.

FIFA는 논란을 부른 엘리손도의 판정이 정확했다고 인정해 다시 한번 중책을 맡겼다.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판정을 보여준 엘리손도가 결승에서 어떤 판정을 할지 주목된다.

◇공격진 프랑스, 미드필더진 이탈리아 우위 양팀 전력을 공격진, 미드필더진, 수비진으로 나눠보면 프랑스가 공격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고 미드필더진은 이탈리아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포백(4-back) 수비는 도저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백중세다.

프랑스는 티에리 앙리(아스날) 원톱에 의존하지만 좌.우 측면의 플로랑 말루다(리옹), 프랑크 리베리(마르세유)가 스피드를 살려 '실탄'을 지원한다. 지단의 전진 패스와 프리킥도 무섭다.

이탈리아는 루카 토니(피오렌티나)를 축으로 토티와 마우로 카모라네시(유벤투스)가 삼각편대로 공격에 나선다. 이름값에서는 프랑스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델 피에로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AC밀란) 등 '조커 카드'에서 프랑스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미드필더진은 '두께'에서 이탈리아가 앞선다.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가 지휘하는 아주리 군단의 중원은 '싸움소' 젠나로가투소(AC밀란)가 전매특허인 투쟁력을 발휘하면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토티와 카모라네시도 중원 싸움에 능하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핵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는 부상으로 결승까지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가 이끄는 포백은 준결승까지 단 1실점(자책골)의 위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프랑스는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 클로드 마켈렐레(첼시)가 2선부터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포르투갈과 준결승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뽑힌 베테랑 릴리앙 튀랑(유벤투스)의 육탄 방어도 강력하다.

◇이탈리아 vs 프랑스 예상 선발 라인업

이탈리아(4-3-2-1) 프랑스(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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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소 ┃ 사뇰 ┃
┃ 가투소 ┃ 리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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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모라네시 ┃ 마켈렐레 ┏━┫
┃ ┃ 칸나바로 ┃ 갈라스 ┃바┃
┃부┃ ┃ ┃르┃
┃ ┃ 피를로 토니 ┃앙리 지단 ┃테┃
┃폰┃ ┃ 비에라 ┃즈┃
┃ ┃ 마테라치 토티 ┃ 튀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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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타 ┃ 말루다 ┃
┃ ┃ ┃
┃ 참브로타 ┃ 아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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