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몸도 지쳤고 마음도 지쳤다. 국민 스스로가 건강권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경제는 어렵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물가는 오르고,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일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밤을 새면서 목 놓아 외쳤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이고 각 정당들도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19일 특별기자회견을 본 국민들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지난 번 담화 때 사용 했던 '광우병 괴담' 등의 표현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고 아직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는 국민들이 이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만큼 이 사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비단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만이 아니다. 불과 두 달여 전에 뽑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감도 이에 못지않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권력투쟁', '계파갈등'에 내홍을 겪고 있어 이를 수습하기 바쁘고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도 별다른 대책없이 장외투쟁만 벌이고 있다. 친박연대는 복당문제로 몇 달째 이에 매달리고 있어 특별한 민생 행보를 보이지 못했고 자유선진당도 교섭단체구성을 놓고 시름하다 창조한국당과의 연합으로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정치논리에만 휩싸여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밤이면 밤마다 거리로 나온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자 국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원내 진출에 실패한 진보신당이 촛불민심을 그나마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최대 규모의 6.10 촛불집회 때는 여당인 한나라당 당사에까지 집회자들이 몰려갔고 접속자 폭주로 서비스 중단이 여러 차례 일어나는 등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최근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네티즌들과 촛불집회를 향해 연일 막말을 하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촛불집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시민들의 냉정한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 제1야당의 모습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스스로가 뽑은 대표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배신당한' 꼴이 돼 버린 것이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존재의 이유'가 '국민 때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투데이코리아 강기보 기자 luckyb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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