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유통 앞두고 국민들 대부분 값싼 쇠고기 먹는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수그러들이 않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면 사서 먹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데이코리아>가 지난 25-26일 일반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전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넘는 276명의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 국내에 유통되면 사 먹을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8%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최종 결과가 발표되면 사 먹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4명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응답자 A 씨는 “나는 지난 2001년부터 LA갈비를 먹어왔다”며 “그렇게 LA갈비를 많이 먹었는데도 7년이 지난 지금도 광우병 증상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인간광우병에 걸리겠느냐?”고 말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응답자 B 씨는 “우리 국민은 결코 미국산 쇠고기를 처음 먹는 것이 아니고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80년대부터 수입돼왔다”며 “즉 우리 국민은 과거 20년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온 것인데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거면 벌써 국내에서 발생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B 씨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과거 20년 동안 그렇게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볼 때 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춧불시위대들의 반발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C 씨는 “사실 나도 광우병 위험이 아니더라도 한우 농가를 생각해서 한우를 먹고 싶다”며 “하지만 내가 버는 돈으로 우리 가족들 모두가 한우를 배불리 먹으려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밝혔다.

C 씨는 “가격이 어느 정도 비슷하기만 해도 한우를 먹겠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절반도 안 돼 미국산 쇠고기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해 9월 경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는 한 시민은 기자에게 “사실 뉴스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약간 꺼림직하긴 하지만 우선 값이 싸고 맛있어서 자주 먹는다”며 “사실 광우병도 운이 없으면 걸리는 거 아니냐? 설마 내가 걸리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 입장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큰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 사이의 가격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선 대형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특플러스급 한우 등심 1㎏의 가격은 대략 9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검역이 중단되기 이전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은 같은 경우 그 반값인 4만 5천원 정도였다. 호주산은 5만원 정도이다.

더구나 이 가격은 '도축월령 30개월 미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하도록 돼 있는 이전의 한·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하에서의 가격이다.

그러므로 지난 26일 발효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 하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뼈와 내장까지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직전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한우 쇠고기가 맛과 품질이 좋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소비자, 특히 대다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우선 한우 쇠고기보다 값이 2배 넘게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에 손이 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5일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해 지난 5월 29일 확정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을 수정해 행정안전부에 관보게재를 의뢰했다.

관보게재 의뢰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은 지난 26일 관보에 실려 발효됐다.

이로써 지난 해 9월 7일 미국에서 선적돼 그 해 9월 28일 부산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 18.5톤, 618상자에 대한 검역 결과, 1상자(30.31㎏)에서 당시 수입위생조건상 SRM으로 분류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등뼈가 발견돼 그 해 10월 5일자로 당시 농림부가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중단하고 미국 정부에게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의 선적도 즉시 중단토록 통보한 이루 8개월여만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재개되게 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중부지원은 27일 경기도 용인과 광주, 이천에 있는 9개 창고에 9개팀의 검역관을 파견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국내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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