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단속, 명확한 지침 없이 판부터 벌인 양상

단속 만능주의적 발상이라는 여론의 비난
구체적인 해결책과 규정방안 마련 시급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추가협상이 타결되고 '쇠고기 고시'가 발표됨에 따라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에 따라 정부는 지난 22일 대책의 일환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 시행해 발표했다. 그러나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해결방안이 될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 특별단속

정부가 발표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따르면 300㎡ 이상의 대형 음식점과 유통업체 등에서만 원산지를 표시해왔던 기존의 규정을 확대해 100~300㎡ 규모의 중·소형 음식점에도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개정했다.

이는 음식점을 비롯해 휴게 음식점, 학교·기업·기숙사·병원·공공기관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한 구이용으로 한정해 원산지 표시를 게재하도록 했던 방침도 확대해 탕용, 튀김용, 찜용, 육회 등 모든 음식에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확대했다. 그리고 쇠고기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쌀, 배추김치, 닭고기, 돼지고기 등에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외국에서 기르다 우리나라에 수입한 뒤 6개월 이상 사육한 소들은 표시방법이 복잡한 실정이다. 예를들어 호주에서 소를 들여와 키운 뒤 도축해 등심으로 사용한다면 '등심 국내산(육우, 호주산)'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런 표시들은 소비자들이 자칫 혼동하기 쉽다.

정부의 구체적인 세부지침 없이 시행된 '원산지 표시제'를 놓고 논란과 함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일반음식점 수는 60여만 곳에 이르는 데 모든 음식점이 의무를 다할지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 또는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 및 최고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허위표시 사실을 명확히 찾아내기가 어렵고 법집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단속기관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런 시행령을 바탕으로 6~8월을 특별단속 기간으로 상정, 산하기구인 식약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이 합동해 음식점, 대형마트, 유통업체 등에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현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유통단계에 있는 쇠고기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수입 유통 과정과 판매점 및 음식점들에게 유통되는 과정에서 원산지가 둔갑 하는 경우를 살피고 육안과 서류심사, 유전자 감식 등의 방법을 이용해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단속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어 단속 자체에 의미가 없다”며 “음식점 등에 계도활동과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시민들의 제보와 불시에 무작위로 단속하고 있지만 미국소가 본격적으로 통관이 시작되면 관련 규정을 강화해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특별단속이 많은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주무기관이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단속을 벌이는 기관에서 “자신들은 기본적인 업무만 하고 있다. 상대측에서 현재 주관하고 있다”고 서로 발을 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7월에 시행령 공포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확대·시행에 따른 관련법 개정으로 식품위생법이 농산물품질관리법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반해 농림수산식품부는 “관련법규가 개정됐지만 아직 공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식품위생법에 따라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한 “식품위생법과 품질관리법의 내용이 비슷하게 개정되었지만 서로 개정령이 공포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혼선을 빚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의 경우 쇠고기와 쌀은 지난 22일 이미 시행됐고, 배추김치와 닭고기, 돼지고기 등은 오는 12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 품질관리법의 경우는 개정령 시행일이 7월 7일로 공포가 예정돼 있다. 이러한 양쪽 부처의 이해관계가 서로 대조되면서 특별단속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현재 7월 1일자로 심사결과가 종결되기 때문에 추가공고 및 개선공고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라며 “식품위생법과 품질관리법의 비슷한 법규로 인해 중복조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동일하게 개정하라는 명을 하달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다음주 중에 단속관련 세부 사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원산지 표시의무를 다해야 하는 음식점들은 확대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명확한 계획 없이 판부터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하지만 단속 만능주의적 발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준수하기 어려운 육류 원산지 표시를 강행하는 정부의 시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구이, 탕, 찜, 튀김 등 유형별 항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는 원산지 표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의가 불명확한 종류는 표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국민들과 해당하는 업체들 모두를 납득하고 원산지 표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정부는 구체적인 해결책과 규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7월에 시행령이 공포되고 대책이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민들이나 해당 업체들이 내용을 인지하고 확립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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