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 곳곳에서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이런 가운데 몇 해 전부터 정치권에서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9일 18대 총선을 통해 선출된 여성 국회의원은 모두 41명(13.7%).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역대 최다이지만 아직도 여성 의원들의 정치권 진출은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여야 3당 여성 대변인들의 활동은 유독 눈에 띈다. 그중 MBC 아나운서를 거쳐 동국대 법학교수로 재직중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3번으로 정치에 입문한 박선영 대변인을 만나봤다.

박 대변인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절제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고 예민한 정치 현안에 있어서는 단호한 말투로 의미 전달에 힘을 싣는 노련함을 보였다. 언론인, 학자로서의 이미지와 함께 초선 의원으로서의 열정도 엿 볼 수 있었다.

-여성 대변인의 장점과 어려움과 대변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표현을 순화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성 대변인이 '꽃'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으면 한다. 여성·남성 이전에 대변인으로서의 직분에 충실 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려운 점은 술을 못해서 모임 자리에서 죄송한 경우가 종종 있다. 대변인은 정당의 이미지를 판가름한다고 생각한다. 당의 '입'이면서 동시에 '얼굴'이다. '얼굴'이라는 의미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서 개인적으로 강한 말을 하고 싶어도 자제를 한다. 보수 이미지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순화시키는 편이다.

-18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성의원 41명은 의정 역사상 많은 수다. 초선 의원들이 많은 점이 안타깝다. 또 17대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분들이 낙선해서 안타깝다. 성을 갈라서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예민함, 섬세함, 포용력 등이 의정 활동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혹시 모를 국회에서의 몸싸움을 진정 시키거나 법안을 상정할 때, 성 인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남성 중심 사회였고 건국 60년이 되도록 여성은 소수자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이라도 치유되고 회복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당선 후 3개월 간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했다. 당선 이전에 정치권에 대한 생각과의 차이는.
▲개원을 아직 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강의를 할 때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정치권을 바라봤는데 의원들이 열심히 일 한다고 느꼈다. 연구, 법안 발의, 정책도 열심히 하고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를 힘들게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 달라지겠지만 정당들의 활동이 돈도 없고 해서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당비 내는 당원도 별로 없고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이 활성화 돼야 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유선진당은 이번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촛불민심에 얼마만큼 다가섰다고 생각하는지.
▲쇠고기 정국에서 선진당은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이론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검역주권이라는 말도 처음으로 썼다.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즉시 수입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조항(고시 5조)의 문제점은 추가협상에서 GATT 조항만을 인용해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했다.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인선에서의 가이드라인도 주장했다. 저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결렬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성격이 다른 정당이 정책을 중심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가 많다. 첫 시도는 어렵다. 걸림돌이 있어서 잘 안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데 있어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대안이 있다면 교섭 단체 안 된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 아니고, 작지만 단단한 정당으로서 의석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교섭 단체 구성 조건의 벽이 너무 높다. 독일 같은 경우엔 지지율 3%만 얻으면 교섭단체로 인정한다. 즉 저지 조항만 넘어가면 되는 데 우리는 20명이다. 학자들은 10명으로 내려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야만 소수 의견을 반영 할 수 있다. 친박 인사들의 복당으로 한나라당이 180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의사일정뿐만 아니라 돈과 관련이 있어서 한나라, 민주 두 거대 정당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20석으로 묶여져 왔다. 이는 정당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신생 정당들의 진입 관문이 돼 버리는 것이다.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들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도태된다. 보조금도 적은 정당들의 육성을 위해 줘야 되는데 기존 정당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신생정당을 억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면 야합 정치가 된다.

-'심대평 총리설'과 '보수대연합론' 등이 불거진 것에 대한 견해는.
▲이번 '총리설'을 보면서 한편으론 재미 있었고 안타깝기도 했다. 심 대표의 총리설이 처음에는 한 인터넷 언론에 작게 실렸다. 이후 신문에 1단 기사 그 다음 석간 신문의 3단 기사가 되고 방송에서는 주요 뉴스로 보도되고 신문에서 1면에 기사로 나오기도 했다. 한 마디로 실체는 없는데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이번 총리설도 제의 돼 온 것이 없는데 기사들을 통해 연쇄적으로 보도되는 과정에서 기정사실화되고 확대재생산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원론적인 애기를 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불화설까지 불거지는 것을 보고 난감했다. 이번 심 대표의 총리설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인터넷 신문에서는 1주일 전에는 조순형 의원이 물망에 올랐었다. 실체가 없는 것이 매체를 거치면서 큰 문제가 돼 버리고 힘을 얻었던 것 같다.

-이 총재는 선진당을 흔들기 위한 음모라고 밝혔는데 이에 동감하는지.
▲동감한다. 자유선진당에는 영향력 많고 뛰어난 브레인인들이 많다. 전문가들이 많다. 경력 많은 분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기하고 질투하고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당과 정부의 고시 강행 의지와 야당 공조 그리고 등원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은.
▲쇠고기 정국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와서 인정하지 않고 마치 국민들이 트집 잡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수십만명의 엄청난 인파가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의 잘못 때문이다. 장외투쟁과 관련해서는 국회에 들어와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회가 있었던 시기는 17대 국회가 끝나고 18대 국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의회가 없는 상태였다. 법적으로 6월 5일은 개원을 법에 못 박아 놓은 날이다. 한 달이 다 되도록 개원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촛불집회는 나름의 함성이었고 절규였지만 국회는 국회대로 의회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거리 정치는 그만하고 의회정치를 위해 국회로 오래전에 들어왔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단행중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인사가 (亡事)'가 돼 버렸다. 첫 단추부터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 정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인수위 시절, 인수위원 인선부터 시작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내각도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만들었고 청와대 수석들을 교체하면서 이동관 대변은 유임됐다. 앞서 말했지만 대변인이라는 역할은 속한 정당의 '입' 노릇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다. 대통령을 대신해서 말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대표하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는 자리다. 그러면 브리핑하는 것은 대통령을 대신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믿으려면 신뢰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수석들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 대변인은 농지(農地) 취득 과정에서 명백히 불법인 일을 저질렀고 직위를 악용해서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다. 다른 수석들도 아닌 이러한 대변인을 유임 시킨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앞으로 있을 내각에 대한 인적쇄신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호전됐다고 해서 또 촛불집회가 가라앉았다고 해서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해 이전과 같은 지지로 전향했다고 보면 안 된다.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면 총리를 포함 전폭적인 개각으로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원하게 되면 어디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싶은지.
▲쇠고기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나면 이와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형체는 다르지만 또 다른 곳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통상절차법을 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EU나 일본은 단독법률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나중에 우리나라 쇠고기를 수출하려고 해도 필요한 것이다. 건강권을 담보하고 검역, 유통, 교육 체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법안을 재정하려고 한다. 또한 7, 8 월에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7월에는 인터넷 문화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것이고 8월에는 21세기 매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한 대규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활동하게 될 상임위원회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교직에 있었던 경험 때문에 교육과학 상임위나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문화관광 상임위 두 곳을 1, 2순위로 신청해 놨다. 교육뿐만 아니라 과학발전을 이루는 데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문화관광 상임위에 들어가게 되면 언론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법안도 만들고 입안도 하고 싶다.

투데이코리아 강기보 기자 luckybo@todaykorea.co.kr
사진 = 전웅건 기자 k2pr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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