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물결이 연일 서울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꺼지겠지 하던 이명박 정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경찰의 과잉ㆍ폭력 진압을 비판하며 종교계가 대거 가세하면서 촛불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너도 나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단 쇠고기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단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누적돼 오다가 쇠고기협상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낼 때 국민은 당혹스러웠고, '강부자ㆍ고소영' 장관인사파동 때 국민은 절망했다. 국민의 건강권과 대한민국의 검역주권을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로 치른 쇠고기 졸속협상은 작은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자기반성 부재는 국민적 분노가 담긴 촛불시위마저 언론ㆍ방송의 선전선동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전형적인 '왝 더 독(wag the dog)' 방식이다. 쇠고기 파동을 언론 탓으로 돌려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려는 정치적 꼼수인 것이다.

청와대와 방송통신위, 검찰과 경찰, 국세청까지 모든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방송장악과 언론 길들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MBC PD수첩이 광우병 쇠고기 논란을 촉발시켰다고 하면서 전담수사팀까지 꾸려 고강도 수사를 행하고 있다. 이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의 원인을 KBS 탓으로 돌려 감사원 특별감사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및 사퇴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에도 재갈을 물리고 있다. 촛불시위를 생중계하던 인터넷매체 대표를 구속수사하고, 네티즌의 자유토론광장 아고라를 운영하는 '다음(Daum)'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에 '인터넷 전담 대응팀'을 꾸리고, 문화관광체육부에 '인터넷 조기 대응반'을 설치해 네티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사와 언론관련 기관장도 대선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다. 이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필두로 스카이라이프, YTN, 아리랑TV, 한국방송공사 등에 언론특보 출신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한국언론재단 이사장과 KBS 후임사장도 벌써 정해져 있다고들 한다.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수백 명의 폴리널리스트와 폴리페서에게 모두 한 자리씩 챙겨줄 태세다. 언론의 자율성과 중립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을 정권보호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인사권을 언론장악과 측근관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다.

이 모든 행위는 이대통령의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된 듯하다. 취임 초반 언론과 '프렌들리'하게 지내겠다고 공언했다. 권력이 언론을 향해 프렌들리를 외칠 때 언론의 공정성과 본연의 사명은 시궁창이 된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음모를 중단하고, 낙하산 보은 인사를 즉시 멈춰야 한다. 굳이 통제하지 않아도 정부가 잘만 하면 언론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언론은 국민이 사회를 바라보는 '창(window)'이다. 더 이상 언론을 더럽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통합민주당 김유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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