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를 만나다

< 사진 = 이외수 부부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기인'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로 향했다. 구름에 둘러 쌓인 산봉우리를 보니 역시 이외수 작가가 사는 동네 같다. 산 어귀에서 무당개구리와 다람쥐가 부리는 재롱을 보다보니 어느새 그의 집이다. 오후 12시. 서둘러 인터뷰 준비를 했지만 아직 취침중이다. 한 방송사의 야외촬영이 비 때문에 차질을 빚자 연신 '아싸!'를 외치는 사모님은 내내 즐거운 모습이다. 2시쯤 어슬렁 걸어나오는 이외수 작가 왈, “나 오늘 스케줄 없는 줄 알았는데.” 거실 바닥에 앉아 맛있게 하품을 하는 그의 긴 머리를 사모님이 곱게 땋아준다.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장난기 어린 사모님 목소리 “계집종입니다~” 이제 모든 상식을 버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춘천에 있을 때와 많이 달라졌는지.
▲거의 신선놀음 한다. 자욱한 빗소리, 물소리. 사방 지천으로 신록이 우거져 있고 온갖 곤충들, 새소리 이런 것들이 항상 곁에 있어준다. 어제도 새벽 2시까지 탁구 쳤다. 왜냐면 반딧불 보려고. 반딧불이 그때쯤 나타나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반딧불이를 마주칠 수 있을까 하고.

- 작가 생활을 하면서 가장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자기 작문을 할 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런데 그 작품을 가지고 되지도 않는 짧은 식견으로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하면 패주고 싶다. 나는 나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가만히 있는다. 하지만 작품을 뜯거나 난도질하면 그것이 제일 혐오스럽고 용서가 안된다. 무슨 타당성을 가지고 그러면 괜찮은데 굉장히 무식한 안목을 가지고 들이댄다. 이런 것도 용서해야 하는데 아직은 용서가 안된다.

- '때로는 글 한줄이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두려운 건 없다. 나는 내 글을 통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넘겼다'든가 또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든가 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을 때 제일 행복하다. 쓸 때의 고통은 다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도 작가가 가장 행복할 때는 '자기 글을 읽고 감동 받은 독자를 만날 때' 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작가라고 자부할 수 있는 건 나는 다른 작가들 보다 그런 독자들을 훨씬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신간 <하악하악>을 보면 '듣보잡', '흠좀무' 등 인터넷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인터넷 용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려움은 없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신조어이고 자기 나름대로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소통의 길을 가지고 있고 또 나름대로의 맛과 색깔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렴 인터넷 용어도 사람이 만든 건데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작가가 그것을 태연하게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도 기형적 언어는 안쓴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말을 줄여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면 나도 안쓴다. 그런데 신조어에 대해서 생각은 해야 된다. 아직도 완성된 한글의 모습이 아닌 자음으로만 이루어져있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은 기호지 언어가 아니다. 나는 기호는 안 쓴다. 나름대로 언어로써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야만 쓴다. 특히 신조어 중에서 내가 맘에 들어하는 말은 '지못미'라는 말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상당히 착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언어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지켜주고 싶은데 자기 힘이 모자라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서 지켜주지 못하니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라서 내가 즐겨 쓴다. 그런데 사실 <하악하악>에서는 안썼다.

-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정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직접 뛰어들어서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면서 가급적이면 인터넷 용어도 생산적으로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일조를 하고 있다.

- 요즘도 채팅을 자주 하는지.
▲요새는 거의 안한다. 왜냐하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이외수 갤러리'가 있는데 하루에 몇 백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니까 그거 답변해주고 하다보면 힘들기도 하고. 싸가지 없는 놈들은 매질까지 해야하니까.

-춘천교대를 중퇴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만약에 선생님이 되었다면.
▲애들 여럿 망쳤을 거다. 현실 부적응자를 많이 생산해 냈을거다. 학교 다닐 때도 인기는 많았지만 교수님들은 아주 싫어하셨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현실 부적응자 아닌가. (웃음)

- 이제 곧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판매되는데 먹을 의향이 있는지.
▲난 먹을 의향은 없지만 피할 수 도 없다. 어차피 먹어야 될 것 아니냐. 자기 의향이 아니라 얼떨결에 먹어야 한다니까 억울하다. 그래도 먹는 음식은 자기가 선택해서 먹어야 하는데 어떤 그 불행한 시국에 의해서 그야말로 회피가 불가한 상태에서 '감염될 우려가 있다'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사실 단 한명이라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면 차단하는 게 원칙이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초기대응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반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수입되는 일에 사인을 하고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 라던가 '질 좋은 소고기를 들여온다'라는 망언들을 연발한 것에 대해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 일일시트콤에도 출연한다고 들었다. 생업이 작가인데 외도를 하는 건 아닌지.
▲그냥 여유있게 사는거다. 능력있으면 다하는 거다. 각박하게 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산다고 봐주면 좋겠다.

- TV 출연 이후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례한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사모님이 화장실에 계실 때 막무가내로 안방까지 들어온 사람도 있다. 외관이 박물관 같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너무하다. 시민의식이 부족하다. 작품을 쓰려고 해도 시끄럽게 해서 집중이 어렵다. 그런 것들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은.
▲이제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하악하악>에 이은 시리즈물로 3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에 쓰일 자료를 수집중이다.

투데이코리아 정수현 기자 js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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