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정권 진실공방전 국민들 눈살

'청와대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와 전직 대통령이 유례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e지원시스템'으로 불리는 기록물 파일은 인사관리, 북핵문제 등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밀자료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이 자료를 자신의 사저로 가져간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은 이미 지난 6월 한 언론사에 의해 한차례 보도된바 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다시 청와대측의 공론화로 불거졌고, 이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원본파일을 자신의 사저인 봉하마을에 불법 유출해갔다며 반환하지 않을시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측은 원본이 아닌 복사물로 회고록 작성을 위한 참고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청와대의 갑작스런 정보유출 논란 제기에 '정치적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며 퇴임 대통령에 대한 '흠집내기'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상황이 신구 정권의 권력다툼 양상으로 확전되자 정치권에서도 편들기에 나섰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직 대통령이 중요 기밀문서를 빼돌린 것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도 노 전 대통령 측근인 구 민주계 의원을 중심으로 '촛불정국'으로 수세에 몰린 현 정권이 국면전환용으로 내민 카드로 정치적 속셈이 짙다고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국가기록원이 직접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가기록원은 12일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가 자료회수 요청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원본 진위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자료반환 요구에 순순히 응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사태해결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유출자료의 원본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사적인 용도로 국가기밀을 사저로 유출시킨 행위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대통령 기록법에는 물러나는 정부가 새 정부를 위해 청와대 전산시스템에 대통령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또 대통령 기록법에는 국가기록원에 반드시 이관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누구라도 앞선 정부의 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법에 정해져 있는 열람절차를 거쳐야한다 의미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법의 열람장소 규정에서 '그밖의 편의제공'을 개인적으로 편하게 해석한 경우로 보인다. 다시말해 국가기밀 사항을 지나치게 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놓고 신구 정권이 감정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안그래도 국회가 40여일 공전 끝에 지각개원 해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국익을 위해 양측 모두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투데이코리아 정치부 차장 이완재 wan@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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