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통합민주당 박영선 의원>

「대리 경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강만수장관은 유임되고, 최중경차관이 경질되는 해괴한 7.7개각을 두고 나온 말이다. 강만수 장관은 장관 부임 후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환율주권론을 설파했고, 성장을 위한 고환율정책을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3월에는 4.7%, 4월에는 7.3%, 5월에는 15.1%로 매달 두 배씩이나 확대됐다. 특히 4월 통계를 보면 수입물가 상승률 31% 중 환율 상승에 따른 요인이 10%에 달했고, 국제유가가 달러화 기준으로 32% 오를 때 원화 기준으로 50%나 올랐다는 점은 고환율 정책에 의한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반증이다. 고환율정책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MB물가지수도 실패였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부진했고, 수출을 제외하면 경제지표 중 어느 하나 좋은 것이 없다. 단순 저돌적 외환시장 개입 덕에 투기세력만 배를 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민의 뜻을 거스른 개각이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리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번 개각의 결과를 두고 여당 내에서조차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강만수장관은 그의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30년」에서 “정부는 대외균형을 유지할 의무가 있고 대내(물가안정)와 대외균형이 상충할 때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외균형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썼다. 물가가 치솟더라도 수출 증대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편 것은 그의 30년 관록에서 나온 '소신'인 것이다.
그의 저서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경상수지는 그 나라 경제의 종합건강지수이고, 환율은 대외적으로 나라경제를 지키는 주권이며, 환율관리는 경제적 대외균형을 지키기 위한 주권행사다.” 이런 소신을 갖고 있는 경제장관의 정책 방향 덕에 대기업의 수출은 늘고 해외 관광객 증가세는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2007년 180억 달러 흑자에서 상반기 57억 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고환율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는 “경제의 종합건강지수”는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자와 서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고환율정책으로 민생이 파탄 나고 경제의 체질은 악화되고 있지만, 그의 생각에는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돈키호테이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국정 안정성과 연속성 차원에서 잦은 각료교체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난맥상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의해 병세가 악화된 것이 명백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경제수장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경제차관을 속죄양으로 삼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난맥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강만수장관 유임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 의중에 아직도 7%성장에 대한 집착이 있다. 또 선거 공신 자리챙기기의 단면과 '고소영 S라인'에서 못 벗어나는 좁은 인재풀의 문제도 드러난다. 이러한 점들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심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촛불시위 인파가 늘어나면 사과하고, 줄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여당 내부에서조차 교체론이 나오는 경제팀을 유임시키고, 촛불시위가 경제를 어렵게 한다며 본심을 드러낸다. 민심을 우습게 아는 오만이요 독선이다.
재경부장관의 유임이 발표된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는 46.25포인트나 폭락했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겠지만 성장집착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장의 경고일 수도 있다.

민주당 박영선의원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