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신장을 위한 대책마련 필요

국방부 “대체복무제 시기상조”
종교문제가 아닌 인권문제임을 의식해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방안에 대해 국방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사실상의 도입 거부 의견을 밝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부는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기에 국민적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발표했을 때에도 국민 여론이 수렴되지 않을 경우 시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음을 분명히 전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발표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성명을 발표해 현 정부의 병역거부 문제, 소수자 인권문제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전 정부에서 약속했던 사안을 이명박 정부에서 폐기해버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반기문 UN 총장이 방한해 국가인권위 인권홍보대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장소에서, 연대회의는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을 피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과 총기를 드는 행위는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해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양심적 집총거부권, 양심적 반전권 등을 주장하는데, 미국·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호주 등 12개 국가는 헌법 또는 법률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 같은 경우는 '누구든지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위스·러시아 등 8개 국가에서는 법제화 하고 있지는 않으나,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병역거부의 결과는 수감생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거부를 선언하면 경찰조사를 통해 구속·불구속을 결정하고 재판의 과정을 거쳐 수형생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병역거부 이유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 방문, 병무청 직원과 직접통화 등의 방식으로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면 병무청에서는 병역법 88조에 의거해 병역거부자를 검찰에 고발한다.

병역거부자는 '병역기피'라는 항목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면 여기서 구속과 불구속 수사가 결정되게 된다. 재판과정을 통해 구속이 확정되면 수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병역거부자들은 형기의 75%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다. 재범의 우려가 없는 모범수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수감생활을 마감하면 현실적으로 전과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김 모씨(27)는 “나의 종교적 신념은 확고하다”고 말하며 “한편으로는 출소 후 수감생활로 인해 사회에서 전과자라는 오명을 갖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사회의 편견이 두렵다는 것이다.

김씨의 여자친구인 이 모씨(26)는 “남자친구가 불안해하고 있어 자주 편지도 쓰고 면회도 가고 있다”며 “요즘은 많은 이들이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고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체복무제 시행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인데 '군사훈련을 이수하지 않는' 비전투분야의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은 거부하고 있지만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를 찬성하는 단체에서는 대체복무 영역은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에 필요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 중에서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는 1916년 영국에서 처음 입법돼 세계의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사유서, 이력서, 신원보증서, 면접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대체복무판정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대책복무위원회'를 두고 대체복무 신청·심의·처분에 관한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소수인 그들을 위해 외국에서는 제도를 완비해 그들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종교집단의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와 정부의 시선이 아직은 곱지 않다. 그러나 병역거부와 관련된 재판들을 살펴보면 병역거부자 오 모씨 불구속 수사 결정 이후 불구속 수사 및 보석허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대회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문제가 아닌 인권문제임을 정부가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시행될 때까지 계속해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이러한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같은 경우 이러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홀로 고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기관에서 거부 절차나 방법 등을 알려주고, 거부 시 진행되는 재판과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니 혼자 고민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방안 재검토안 발표에 대해 '안보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만큼 자생적인 판단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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