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에서 이웃집의 할아버지에게 초대 의사를 세 번이나 밝혔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 끝에 할아버지는 노구를 이끌고 가겠다는 승낙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뒤 옆집에선 소식이 끊겼다. 그 할아버지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당연히 불쾌한 이런 상황에서 할아버지는 옆집에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 초대를 통해 왕래하는 사이에선 잘못된 경우에 이를 일러 주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위한 예의가 된다.

손님 초대를 그렇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경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북한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1일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무산을 전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0여분 동안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6월 27일 방북 합의를 어겼다는 어떠한 코멘트도 없었다.

오히려 정 전 장관은 대신 “돌출 상황 때문에 방북이 어렵다”, “미사일 국면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등으로 북한을 변명해 줄 뿐이었다.

김 대통령 측은 이런 맘 좋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후덕함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의도였다면 오히려 틀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어른으로써 국가 간의 예절을 잘 모르는 북한에 대해 오히려 따끔한 충고가 필요한 시점에서도 그는 그렇지 못하고 감싸 안기에만 급급한 모습으로만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너무 소중한 것을 아끼기만 하다가 망친 경우가 있다. 그의 셋째 아들 홍걸씨는 그가 마흔이 넘어 얻은 늦둥이로써 그의 말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하게 컸지만, 국민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못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상황을 빚어내기도 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는 따끔한 충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을텐데도 그는 아직도 너무나 너그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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