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일, 웃음으로 해결


살다보면 곤란한 일을 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창피한 일을 당하거나 곤란한 일을 겪으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쥐구멍이 있다 해도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쥐구멍보다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웃음’을 알아둔다면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는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에서 네 살 난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아들을 교실에 데려다 주고 현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동양계로 보이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날보고 아주 반갑게 인사를 했다. 눈까지 크게 뜨면서, 아주 친한 사이처럼. 난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라 무작정 ‘굿-모닝’하고 웃었다.


그 여성이 지난 간 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날 어떻게 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대체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날 알고 있냐고 가서 물어볼까?, 아냐, 가만있으면 중간이나 간다고 했지!”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여성이 아이를 데려다 주고 나가면서 또 내게 반갑게 웃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사람들 중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반갑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마터면 창피를 당하고 나라망신까지 시킬 번한 일이었다.


그 일로 인해 언제나 굳어있던 나의 얼굴 표정에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고 깨달은 순간, 웃는 얼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에 웃으면서 잘 지냈어야 되는데 갑자기 웃는 얼굴로 지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한 끝에 밖에 나갈 때는 집에서 웃는 연습을 하고 나가기로 했다.


효과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날 보는 사람마다 상냥하게 인사를 하고 지나갔고, 심지어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가던 사람도 웃으며 인사를 했다. 특히 낯선 사람과 낯선 곳에서의 웃음은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적지 않게 감소시켜 주었다.


한번은 웰스 파르고 은행에 가다가 앞 쪽에서 노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걸어와서 칠더런 하스피틀 앞에서 신호등 을 건넜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쳤다. 더 가서 건너려던 내 생각은 순식간에 빗나가 버렸다. 세상에,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이었다. 차들이 뜸한 틈을 타서 길을 건너기로 했다.

한참 기다리다 차가 멀리서 와서 건너기로 결정하고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들이 왜 그렇게 빨리 오던지 순식간에 여러 대가 와서 ‘쫙, 다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쥐구멍에 들어갈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손을 흔들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웃음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빵빵거리는 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유치원에서도 아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수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교실에서 지냈다. 선생님은 아들과 말이 안 통하면 으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선생님이 아이들을 못 본 사이 싸워서 울기라도 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와서 물어보았다.


평소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영어로 잽싸게 대답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웃고, 그 다음에 조금 생각해보고 말을 하곤 했다. 게다가 같이 공부하는 져스틴이란 친구는 나만 보면 웬 말이 그렇게 많은지, 내 책상 앞에 와서 책에 나와 있는 것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런 걸 갖고 있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며 한 시간이 넘도록 얘기하고 물어보는 등 정말 힘들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우선 웃으면서 천천히 맞장구치며 잘 대처해 나갔다.


웃음은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서도 상황을 잘 대처하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웃으면 암세포까지 잡아먹는 NK(자연 살해, Natural Killer) 세포의 활동성이 뚜렷하게 증가함에 따라 병원에서도 ‘웃음 클리닉’을 열어 치료와 병행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마음을 웃음과 기쁨으로 감싸면 1천 가지의 해로움을 막아 주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웃음은 인간관계를 잘 유지시켜주고 인체의 면역력도 높여주기 때문에 평소 인상을 쓰고 다니거나 웃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웃어 보도록 하자. 분명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디지탈 뉴스 :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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