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소외이웃, 기업 국민 나서야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모든 사람들이 기부를 하면서 살만큼 넉넉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데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까지 기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희동에 사는 주부 김혜지씨(39)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살기도 빠듯한데 모 단체에서 잊을만하면 전화를 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후원금 좀 보내달라고 아주 교양 있고 점잖은 투로 말을 하는가 하면, 또 30, 40대의 중반 여자가 집까지 찾아와 절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많이 베풀어야 할 상’이라고 은근히 협박을 하며 시주를 하라는 등 기부할 것을 강요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기부, 후원이란 말만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기부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민의 90%가 기부에 동참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민의 52%가 기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강요받는 기부는 ‘자발적인 기부문화’에 벽을 쌓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광표 교수는 “제도화된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 기준에 판단을 두는 기부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백만장자(현금, 예금, 주식 등 순 금융자산 기준 100만 달러) 수는 8만 6천명.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의 ‘제10회 세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러시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지난해 증시의 호황에 힘입어 한해 부자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세계초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2백 60억달러(약 25조원)를 기부한데 이어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3백 70억달러(약 35조원)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빌 게이츠재단에 거액을 맡긴 것은 ‘자선의 명수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밝혀 사업처럼 자선에도 남다른 투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빌 게이츠는 자식들에게 1천만 달러만 물려주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렌 버핏은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키웠으며, 수지(52)와 하워드(53), 피터(48) 등 세 자녀들은 아버지로부터 각각 10억달러씩 지원받아 재단을 운영하며 자신이 관심 있는 어린이 조기교육,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아메리카 원주민 복지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도 복지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S기업의 경우 유치원부터 노인요양시설까지 갖추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이 공개화 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사법처리 등에 의해 사회에 환원되는 그 모순만이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실제 현상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인들 중에는 아직도 막대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고, 돈 벌기 위해 먹는 것 갖고도 장난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쓰다가 결국은 들통이 나서 빈축을 사기도 한다.


부자들과 기업의 기부는 이윤의 사회 환원과 기업의 책무를 실천하여 잘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주도해나가기 보다는 사회적 압력과 기업의 이미지 개선, 기업 가치 높이기, 일이 터지면 면죄부를 받기 위한, 무마하는 형식의 명분 내세우기 등 순수한 차원을 벗어난 경우가 많아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광표 교수는 “민주주의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의 병폐가 언급되고 있으나 사회의 기부문화를 포함하는 것까지 민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환원은 사회의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민주주의에서는 하나의 분배원칙보다는 기회의 분배를 강조하고 있어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분배를 인정하여 사회에 환원할 때 그 사람의 인격이 돋보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에 대한 연구결과 고액 기부를 한 기부자들은 부모나 주변에서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자란 것으로 조사되었듯이 기부문화가 생활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부모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문화가 사회의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이나 개인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강요받지 않는 ‘스스로 베풂’을 실천하여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인공이 된다면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다.


디지탈 뉴스 :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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