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라치 말'에 전세계가 주목

독일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 연장 후반 6분, 프랑스 국민들은 지네닌 지단(Zinedin Zidane)의 짜릿한 역전골을 기대했을 것이다. 레몽 도메네크 감독과 국민들에게도 지단의 마술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박치기 사건’이 순식간에 발생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단과 이탈리아 축구선수 마테라치의 충돌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이 마테라치를 머리로 박아 퇴장 당함으로써 한 골을 애타게 기다리던 프랑스 국민과 지단의 전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지단은 그동안 ‘늙은 수탉’, ‘한 물 갔다’란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후반 35분 공중 볼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가 오른쪽 어깨가 빠졌지만 조국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세계축구 팬들의 갈채를 받으며 화려하게 은퇴를 할 수도 있었던 지단의 꿈은 ‘박치기 사건’으로 사라졌지만 65억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은 ‘지단의 박치기 사건’에 얽힌 ‘마테라치의 말’에 집중돼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는 마테라치의 입술 모양을 독순술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테러리스트 매춘부의 아들”이란 말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의 인종차별 감시단체인 ‘SOS 라시즘(Racism)'에 의하면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비열한 테러리스트‘라고 조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테라치는 이탈리아 스포츠전문 일간지 ‘가제타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단의 유니폼을 잠깐 잡았는데, 내 셔츠가 그렇게 갖고 싶었냐며 경기가 끝난 뒤 줄 수도 있다”고 건방지게 말해 모욕적인 말을 내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추측만 난무한 가운데 마테라치가 지단을 자극하기 위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에 지단이 걸려들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란츠 베컨바워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지단은 평소 지극히 조심스럽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며 “마테라치가 분명하게 지단의 성질을 뒤집어 놓는 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프랑스 어머니와 알제리 출신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이민 2세로 평소 인종문제에 대해 민감했다고 한다. 또 집안이 가난하여 유소년 축구팀에도 못 들어가고 동네에서 축구를 하며 자란 그는 어렸을 때 가난하게 생활했던 것을 잊지 않는 효심이 지극한 아들로 소문나 있다고 한다. 17세 때 프로로 데뷔하면서 받은 초봉을 부모에게 전부 주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순간이 무척 괴롭고 힘든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국민 전체는 애정과 사랑을 갖고 있다며 축구의 천재이며 거장”이라고 지단을 위로했다.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단은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11일 CSA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61%가 ‘지단의 박치기 사건’을 너그럽게 용서한다고 밝혔다. 또 ‘아디다스 사’는 지단이 지난 10년간 홍보대사를 지낸 것과 관련 지단을 위해 www. mercizidane.fr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도 세우고, 지단이 2017년까지 홍보대사로 계속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08년까지 계약을 맺은 프랑스 보험회사 ‘제네랄리 프랑스’도 지단의 박치기 사건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월드컵의 막바지, 중요한 시점에서 마테라치의 ‘생각 없는 말’,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말’로 월드컵의 우승을 기대했던 프랑스 국민들의 애절한 소망과 ‘축복받는 당당한 은퇴’를 기대하며 어깨뼈가 빠지는 고통을 참으며 최선을 다했던 세계적인 축구스타를 어이없게 주저앉게 만들었다.

전 세계는 지금 ‘마테라치의 말’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 중에는 평소에 정말 생각이 담긴, 교양이 물씬 풍기는 언어를 사용하다가도 화난 상태를 잘 조절하지 못하여 순식간에 낭패를 당하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화가 나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경우는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마테라치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기 전에.

디지탈 뉴스 : 박정원 기자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