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보호받아야 할 보금자리

일요일, 초등학교 5학년인 김인규(가명)의 집. 인규는 동생들과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거실은 장난감으로 뒤엉켜있다. 인규의 아빠는 컴퓨터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엄마는 점심식사 준비에 바쁘다.

그런데 오후 1시경, 느닷없이 벨소리가 울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다들 놀라 현관문으로 몰려들었다. 문을 연 순간 인규의 친구가 현관으로 냉큼 들어왔다. 너무나 당당하게 소파에 턱 앉는다. 그러나 약속도 없이 찾아온 친구가 반가울리 없다.


인규의 아빠가 “전화도 없이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엄마에게 귀띔을 해주며 친구에게 말해주라고 한다. 눈치가 고단수인 인규의 친구는 얼른 말을 꺼낸다. “전화하고 오려고 했는데 전화번호를 몰라서 그냥 왔어. 심심하고 해서 너랑 같이 찜질방에 가려고.” 인규의 엄마는 “더운 여름에 왜 찜질방을 가냐”고 한마디 했고, 그 얘기를 인규 아빠가 듣고 “찜질방에 못갈 이유가 뭐냐”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말다툼으로 번졌다고 한다.


인규는 친구로부터 전에도 미리 전화약속도 없이 “너희 집에 지금 가고 있는데 거의 다 왔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황당한 일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일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누나한테 전화를 받은 그 친구가 너무나 태연하게 망설임 없이 “지금 공원에 있어”라고 한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집에서 놀다가 운동하고 그 아이를 그 집 대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온 시간이 저녁 11시쯤. 그의 부모 중 누구에게도 “고맙다거나, 번거롭게 해드려서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화가 없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 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모로부터 방치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집에서 돌봐주자니 귀찮고, 핸드폰 목에 걸어주고 야생말처럼 풀어주고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가 있는데 학원이나 과외 갈 때는 엄마들이 꼭 시간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어떨까? 어려서부터 부모와의 애착이 없는 아이들은 심리적∙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만족감이 떨어진다. 반면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은 친사회성을 보여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시간에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도 지속된다. 긍정적인 어른으로 클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처럼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것이다. 어렸을 때의 잘못된 행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LA의 어느 한국 식당, 모 대기업의 지사장은 점심식사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에 가서 식사도하고 차라도 마시면 좋을 텐데, 집이 워낙 멀어서 좀 힘들 것 같네요.” 그의 속사정은 이렇다. 미국에 오는 한국 사람마다(회사관련, 거래처) 사전에 약속도 없이 무작정 “미국에 왔다”는 식으로 말하고 집까지 찾아와 머물다 보니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어서 그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없는, 직장과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산다는 것이다.


모 대기업의 직원은 미국에 근무하면서 정말 ‘별 꼴’을 다 당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미국에 왔다고 하여 공항에 가서 집으로 데려와 식사대접을 하고, 부인은 음식이 모자라 밤 12시가 넘어서 시장을 보러가는 것까지도 좋은데, 서울에 근무하는 ××의 삼촌∙이모라고 하며 “모 호텔에 왔다”고 전화를 한다고 한다.


전화를 받고 황급하게 호텔에 찾아가서 하는 일은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숙박비를 자신의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정부에 돈을 꾸려고 케네디 대통령을 찾아갔지만, 직장의 상사 친인척이라는 분들은 분명 미국에 관광을 갔을 터인데 자신의 돈쓰는 것은 아깝고 하니 앞뒤 못 가리고 엉겨 붙은 것이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Carl Gustav Jung)은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에 의해 운명이 결정 된다”고 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예수와 링컨(Abraham Lincoln). 링컨의 어머니 낸시는 성경과 독서로 링컨을 키웠으며, 새어머니 사라도 특별한 애정을 갖고 링컨이 좋아하는 책읽기와 웅변을 잘하도록 배려해준 결과 역사에 위대한 획을 긋는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링컨은 자신의 성공을 “천사와 같은 어머니 덕”이라고 말했다.


가정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땅과 같다. 그 땅은 아이들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약속 없이 들이닥치는 대책 없는 친구들, 무의식적인 사람들에 의해 메마르게 갈라지면 좋은 땅이 되기까지 그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디지탈 뉴스 :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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