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안코레나 가문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토지를 가장 많이 소유했던 집안으로 알려져있다.

1856년 안코레나 가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유한 농지는 75억681만평이었다. 우리나라 농지 총면적이 60억평 안팎이니 한 가문의 농지면적이 우리나라 전체농지보다 넓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집값 상승에 광분, 너도나도 '한국의 안코레나'가 되기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한 포털에 아파트 경고문 사진한장의 내용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빨래를 터는 일은 저소득층이나 하는 일이니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를 심고 아파트값을 높이기 위해 우리 아파트에서는 낮에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터는 일은 삼가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밤에 터세요"

이는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하지말라는 것이 아니라 집값을 올리기위해 하지말라는 것이다. 최근 연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보노라면 이 정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10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새로 41곳이 일정가격이하로 아파트를 팔지말자고 하는 담합행위가 적발됐다고 한다.

3억원짜리를 5억원이하로 팔지말자느니 평당 700만원대 아파트를 평당 1000만원대 이하로 팔지말자느니 하는 담합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고도 공공연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급기야는 시세가 왜곡돼 정확한 대출감정가가 안나온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이 담합 아파트에 대한 대출거부사태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집값올리기에 눈이 멀었다 하더라도 꼭 하지말아야할 것은 있다. 조직적인 거짓말이다.

수요자를 눈속임으로 아웅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짓말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집값을 올리기 위해 헌 브랜드의 아파트를 새로 나온 브랜드로 바꾸는(말이 바꾸는거지 진짜는 속이는거다) 일이 벌어진거다.

10년전에 지어진 삼성아파트의 주민들이 시공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아파트 이름을 '래미안'아파트라고 마음대로 바꾸고 페인트칠까지 해버린 것이다. 사진만 보더라도 영락없는 래미안 아파트다.

아무리 시공사가 같다하더라도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이는 아파트 구매자를 속이는 사기행위인 것이다. 10년전 아파트를 수년전 아파트처럼 보이게하려는 것은 결국 10년된 자동차를 색깔만 칠해 수년된 자동차라고 속여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 전체가 집값상승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태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25년전 평당 4만원선이었던 테헤란로 땅값이 최근엔 4000만원선으로 100배나 오른 것도 결국은 이런 풍조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인플레를 감안하고 개발이익을 감안하더라도 25년만에 100배 폭등은 해도 너무한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이성을 잃은 이같은 현상은 이유없이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어 머잖아 하한가 행진을 눈앞에 둔 주식종목과 다를 바없다. 다만 언제 물량이 터져 하한가로 돌아서느냐의 시기 문제일뿐….

분명히 한국사회는 상한가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 누가 하한가 폭탄을 떠안을지는 모르지만 그 피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결국은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금융권이 무너지고 산업이 도미노로 무너지면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할 때다.

<임경오 기자 iko@dig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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