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회의원 나경원 |
흔히들 인터넷은 '가장 열려있는 매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시대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정보의 개방성, 폭넓은 공유성, 또 확산의 신속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을 보면 가장 열려있는 장(場)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쪽을 내치고 발언의 기회조차 박탈해 버리는 행위가 빈번히 자행되고 있고, 이런 환경 속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기 어렵다.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일부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심의위의 이번 판단은 온라인 불매운동에 대한 사실상의 첫 유권해석으로, 향후 이와 유사한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란 공간에서의 행위에 대한 책임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각 포털 사이트들은 차제에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자정 기능을 강화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위법적 사안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그간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지닌 자유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우리 사회는 인터넷의 역기능에 그대로 노출되어 왔다. 실제로 07년 6월 7일부터 22일까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전국의 만 13세 이상 남녀 인터넷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7년 불법, 청소년 유해정보 이용실태 조사'결과에서, '욕설,비방,허위사실 유포 등 사이버 폭력'이 인터넷 역기능 중에서 84.3%나 차지했다고 밝혀졌다. 또 불법,청소년유해정보의 유통경로 중에서 인터넷 검색(55.1%)이 가장 높다고 밝혀진 바 있다.
현재의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을 스스로 짓밟는 것과 동시에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 진정한 열린 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인터넷 속에서 하나의 주장만이 득세하고 다른 주장을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골고루 섞일 수 있는 구조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이 자정되지 않은 네티즌의 과격한 표현물을 제어하고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지 점검하는 것은 검열이 아니라 자율 규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한 자율 규제와 더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범들을 세워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규범 확립으로, 악플이나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부정적인 기능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인터넷 공간이 법치주의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터넷도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사회적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