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도입은 사실상 사이트 폐쇄 조치

관련 법규의 명확한 방향 필요
인터넷 사업 전체의 퇴보 가능성

저작권 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규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별로 손발이 맞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강력한 규제들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온라인 사용자들과 포털 업체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문광부 장관이 불법복제물을 카페·블로그 등에 올리는 이용자와 게시판 운영자의 계정 삭제를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업체가 이용자 불법행위를 방치할 경우 사이트 접속차단의 권환도 문광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또 온라인 사업자가 문광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3회 이상 과태료를 받을 경우 문광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자의 정보통신망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도 있게 됐다. 이른바'셧다운제'의 도입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인터넷 정보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했는데, 주요 쟁점은 인터넷 업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 피해자의 게시글 삭제 요청 미처리시 처벌 규정 신설, 모니터링 의무화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셧다운제, 법무부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이다.

'셧다운제' 둘러싼 논란

온라인 상에서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장 중요한 쟁점은'셧다운제'의 도입이다. 셧다운제는 과태료를 3회 이상 받은 온라인 사업자에 대해 문광부 장관이 정보통신망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행정부가 인터넷 사이트를 강제 차단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유례가 없다. 프랑스가 추진 중인 '삼진아웃제'는 불법으로 내려받기를 한 이용자의 계정을 차단하는 것인데도 입법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광부의 개정안은 온라인 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사이트 자체를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이기에 독소조항으로 지적받고 있다.

문광부 장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KT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같은 정보통신 업체는 해당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접속 자체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셧다운제의 실행은 정부에서 인터넷 언론을 장악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문광부 관계자는 “일반 포털 업체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초점은 P2P 사이트와 웹하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불법게시물을 게재하는 사이트에는 해당되는 것이기에 일반 포털 업체도 규제 대상이 될 수는 있다”며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규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제도 도입에 대해 한 포털의 관계자는 “온라인 협회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저작권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만들었을 것”이라며“언론 등에서 확대해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정부의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며 “그러나 온라인 포털은 글로벌하게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투브나 구글이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셧다운제를 도입해 국내 포털 사이트를 폐쇄 조치하게 될 경우 유투브 등에 게시글을 올리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며 정부의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정부는 사업자에게 적용됨에 있어서 해외 사이트들과 비교했을 때 역차별의 문제가 있음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아직 입법예고일 뿐이니 시행령 단계에서 사업자의 입장 등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털 관계자는 “이같은 제도는 업계 전체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일각의 과중한 처사라는 인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규제의 강도가 높아졌는데 규제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모든 게시물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또 “이런 제도가 물론 지금까지의 저작권에 대한 역기능을 개선하겠지만 선기능은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포털 인터넷의 게재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하나인데 제도가 시행되면 서로 몸을 추스려 자유롭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온라인 사업 전체가 퇴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저작권 관련 정부 정책 변화

정부의 저작권 보호 정책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다수의 와레즈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무료 MP3파일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소리바다가 서비스를 개시해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대한 분쟁을 일으키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같은 시기 미국은 냅스터 소송사건으로 P2P 기술 및 음악저작권에 대한 최초의 법정분쟁이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 음악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저작권 위탁관리제도'를 시행했으나 해당 사업자들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이어 정부는 2001년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제한 규정 등을 마련해 저작권 및 온라인 음악시장 보호에 나섰다. 이 시기 소리바다 운영자가 고소돼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2003년에 들어와 음반 시장이 위축되면서 음반사들은 디지털 음악시장에 나서며 싱글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영화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정부는 온라인 불법 영상물 모니터링에 나섰고 2005년 영화에 신탁단체를 허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의 복제·전송권과 비디오의 공연권이 관리 대상이 됐다. 이때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센터를 설립하고 불법복제물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불법복제물 단속은 최근 '서울 클린 100일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강력한 규제로 이뤄진 것은 이러한 정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불법복제물 시장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초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인터넷 온라인 시장에서 1위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이 이러한 강력한 규제들로 자칫 감을 잃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온라인 사업자와 온라인 이용자 등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명확한 방향으로 선기능만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최유미 기자 cy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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