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거리마다 상가마다 이맘때면 명절맞이 휴업으로 한산하나, 유독 영화관만은 북적북적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명절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대목시즌이고 이에 맞춰 대형 영화들이 제작되고 출시되는 게 사실. 추석연휴가 길어진 덕분에 대목도 길어졌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흥행 기대작 개봉일인 27일부터 따지면 올 추석 연휴 극장을 찾을 관객은 최소 1천만 명에 달할 예정. 올 추석에도 흥행 기대작들의 열띤 추석극장가 점유율 휘어잡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추석극장가 3파전 '박빙의 승부'

지난달 27일 개봉한 '라디오 스타'와 다음날인 28일 개봉한 '타짜'가 추석 극장가 최대 흥행 기대작 대열에 합류했다. 이보다 앞서 21일 개봉한 '가문의 부활'은 일찌감치 42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해 흥행 기대작으로서의 순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가문의 부활'은 '가문의 영광 3'로 기획돼 전작의 흥행을 노렸으나 평단과 언론의 반응은 냉담한 편. 그러나 물량공세를 앞세운 이 영화의 흥행 부분은 무리 없을 전망이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시사회를 거쳐 간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재산이었다. 재미와 따스한 감성을 겸비했다는 평의 입소문을 비교적 잘 탔기 때문. 스크린 수도 350개에 달한다. 지난날 최대 흥행 메이커였던 박중훈과 안성기의 선 굵은 연기는 아직 이들이 건재할 뿐만 아니라 여전한 스타임을 입증한다. 이와 함께 라디오를 소재로 한 이 영화의 풍부한 아날로그 감성은 40대 이후 관객에게도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흥행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88년 가수왕을 차지했던 최곤(박중훈)은 이제는 미사리 카페촌에서 기타를 튕기고 있는 신세고, 일편단심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여전히 최곤을 돌본다. 우여곡절 끝에 최곤은 영월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DJ를 떠맡게 되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본론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

41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 못지않은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화투'와 '타짜'라는 소재로서 한 우물을 판 장르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평이 대세다. 게다가 조승우(고니), 김혜수(정마담), 백윤식(평경장), 유해진(고광렬) 등 캐스팅 리스트까지 화려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평경장(백윤식)을 스승으로 삼아 본격 도박판에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역시 화투라는 국민오락을 소재로 차용했기에 지지 수용층이 폭 넓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남성 관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18세 이상 관람가는 추석맞이 극장가용으로는 치명타다.

영화가에서는 상위 세편이 7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달 14일 개봉해 여전한 사랑과 호응을 얻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성룡 주연의 'BB 프로젝트'와 장쯔이 주연의 '야연' 역시 추석시즌용 입맛에는 비교적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외화는 한국 영화에 가려져 낮은 점유율로 점쳐졌다.

놓치면 후회할 추천작

지난달 14일 개봉한 줄리엔 템플의 '글래스톤베리'는 음악다큐멘터리 영화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수상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영국의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심장부를 영화화했다. 콜드 플레이, 라디오 헤드, 데이빗 보위, 비욕, 모리세이 등 출연진들도 당연히 본인이다. 감독은 '우리들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 같은 영화'라고 자평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은 모녀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그간 인상적인 여성들과 그들의 모성을 그려온 알모도바르 감독의 꽃이랄 수 있을 만큼 이 영화도 수작이다. 따스하고 섬세한 거장의 손길과 페넬로페 크루즈와 카르멘 마우라의 열연은 관객들을 그녀들의 마술적 세계로 초대한다. 이와 함께 지난 28일 개봉한 '금발의 초원'과 '댈러웨이 부인'도 눈길을 끈다. '메종 드 히미코'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를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금발의 초원'은 이케와키 치즈루와 이세야 유스케 주연이다. 거론된 이름들만으로도 매니아를 거느릴 영화다. 마를렌 고리스 감독의 '댈러웨이 부인'은 이미 잘 알려진 영국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소설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감독은 나레이션을 사용했다.


채지혜 기자 cj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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