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불길속 사람들 구한 의인 생생 증언'

3일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로 허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쳐 충남 당진 백병원으로 후송된 금호고속 버스기사 이만수(44)씨는 자신을 구해준 이름모를 젊은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씨는 이날 새벽 승객 13명을 태우고 군산을 출발, 서울로 가기 위해 안개가 짙게 낀 서해대교를 천천히 지나던 중 갑자기 옆 차로를 달리던 차량에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고 결국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후 버스에 불이 번지자 젊은 승객들은 유리를 깨고 탈출했으나 이씨는 핸들과 의자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었고 7, 8번 좌석에 있던 어린 남자아이는 의식을 잃었으며 아이 엄마도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뒤 몇명의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버스로 다가왔으나 불이 붙은 버스 주변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 더 이상은 접근을 꺼렸다.

그 순간 3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중앙분리대를 뛰어넘더니 불길도 마다하지 않고 버스로 올라왔다.

일단 이씨를 구한 그 젊은이는 이어 의식을 잃은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 엄마를 부축해 빠져나와 이들을 주변에 있던 다른 운전자들에게 맡겼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바삐 다른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겨 차량에 갇혀있던 운전자와 탑승자들을 구해냈다.

이씨는 "그때는 경황이 없어 얼굴도 옷차림도 제대로 못 봤는데 그 젊은이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만 그가 구한 어린 아이가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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