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원한 '동반자'이면서 '경쟁자'

부시가 오는데 왜 우리끼리 싸우나?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오는데 왜 우리끼리 충돌하고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인가? 힘을 합쳐 하나라도 더 얻어낼 생각은 않고 피가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친미(親美)와 반미(反美) 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폭발하고 있다. 방한을 반대하는 측과 환영하는 측이 기선을 잡기 위해 대낮부터 난리를 치고 있다. 하는 꼴을 보면 누가 나라를 걱정하고, 누가 진정 애국자인지 알 수가 없다.

광우병대책회의 등 진보단체는 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미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부시의 방한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부시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 불과 몇 백m 거리를 두고 서로 진보와 보수의 세 대결이 벌어질 모양이다. 경찰이 부시 경호에 2만3천명의 경찰을 동원한다고 하니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하다.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은 아마 지구촌 어디에도 찾기 힘들 것이다.

작은 나라가 극단적인 친미, 반미로 나뉘어 서울 도심에서 한바탕 소란을 벌이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걱정스러울 뿐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내부 분열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가?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우리와 '동반자'이면서 한편으론 '경쟁자' 관계에 있다. 이 말은 한국과 미국이 서로 힘을 합쳐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도울 땐 돕고, 경쟁할 때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 관계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그렇다.

정치나 외교, 국방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은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아 가야하는 '파트너'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서다.

양국 간에 쇠고기 수입이나 FTA 같은 민감한 문제가 걸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양국 관계의 큰 틀에서 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하나의 '현안'이다. 양국 관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풀어야 할 현안을 이유로 동반자적 관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미, 친미 감정이 충돌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에 대한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경제, 외교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반미 감정으로 격렬하게 표출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불만이 친미 감정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친미, 반미로 갈라져 싸우는 것은 북한만 기쁘게 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또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의 정치역학에서도 우리의 입지와 역할을 약화시킬 뿐이다. 최근들어 북한이 우리를 왕따 시키며 미국과 직접 거래하려는 것도 결국은 내분으로 우리의 힘이 분산되고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초정해 환대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시가 이 대통령을 환대했으니 우리도 부시를 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시가 이 대통령을 환대하고 얻은 외교적 실리를 우리가 이번에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전혀 그렇질 않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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