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주요 내용으로 한·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이 타결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비록 그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100일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초순경부터 본격화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비록 일부 폭력시위 양상이 재발하기도 하고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고 국제앰네스티가 비판할 정도로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이 국제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등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시위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위 양상을 보였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지난 100여일 동안 지켜본 기자가 보기에도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대의 민주주의에 만족하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의 주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기자도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을 할 수는 없다.

사실 지난 5월 초순 10대 여중고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주도할 때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기자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지난 해 대선에서 20대들의 급격한 보수화를 목격한 기자에게 있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반대한다'고 당당히 외치며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10대 청소년들은 새로운 사회 변혁의 주체로 부상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은 결코 철없는 이상주의자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위 문화의 성숙도면에서 어른들을 훨씬 능가했다.

10대 여중고생들이 주도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에는 어김없이 10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초와 쓰레기들을 치우고 분리수거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쓰레기들을 현장에 남기면 보수언론 등에서 이를 트집잡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매도한다는 것이었다. 즉 적에게 공격할 구실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장기화되고 경찰이 강경진압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비폭력ㆍ평화시위로 진행되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처음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비폭력ㆍ평화시위 원칙을 지켰지만 시위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쇠파이프로 전경차를 파손하는 등 폭력시위를 일삼는 시위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정부의 강경진압과 보수언론의 공세에 더없이 좋은 빌미를 제공했다.

기자도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시위대들이 쇠파이프로 전경차를 파손하는 행위 등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당신들의 행위는 정부의 강경진압과 보수언론의 촛불시위 공격에 아주 좋은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외치며 말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기자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실망한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바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도 국가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 방송을 통해 들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한 '우리 국민이 어떤 국민인데 이런 쇠고기를 먹습니까?'란 말은 기자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

그러면 우리 국민보다 못한 사람들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어도 된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이러하다면 기자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쪽에 대폭 가까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 현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한 '여러분들의 투쟁으로 미국이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분들의 투쟁은 우리 국민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은 기자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 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국가주의'나 '반미주의'가 아닌 '박애주의'에 기반하고 비폭력·평화시위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갈 때 많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으며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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