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용의자인 프랑스인 부부가 숨진 영아 2명의 부모로 확인된 뒤 프랑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고 현지 검찰이 10일 밝혔다.

파리 남서쪽의 투르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측 DNA 분석 결과에서 쿠르조씨 부부가 숨진 영아들의 부모일 확률이 99.99%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필립 바랭 검사는 이날 투르 인근의 친구 집에 머물던 장-루이 쿠르조(40)씨와 베로니크 쿠르조(39)씨를 검거했다고 밝히고 체포 기간이 48시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랭 검사는 경찰 조사가 초기 단계여서 아직 영아들의 사망 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쿠르조씨 부부는 지난 8월 투르 경찰에 자진 출두해 참고인 신분으로 예비 조사를 받았으나 이제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쿠르조씨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해 줄 말이 전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쿠르조씨 부부는 그간 자신들이 영아들의 부모라는 한국측 DNA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버텨왔다.

쿠르조씨 부부의 변호사인 마르크 모랭은 부부가 체포된 직후 "내 고객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모랭 변호사는 이번 소식도 당국이 아닌 언론으로부터 먼저 들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주불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쿠르조씨 부부가 피의자 신분으로 48시간 동안 수사 판사로부터 조사를 받은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관건은 이 부부가 이미 숨진 상태에서 영아들을 유기했는지 아니면 살해한 뒤 유기했는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신형법에 따르면 고의 살인죄에 징역 30년이 선고될 수 있고, 피해자가 15세 이하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무기징역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앞서 쿠르조씨 부부가 영아 유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한국행을 거부해 온 가운데 영아들의 DNA 시료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측에 넘겨졌었다.

쿠르조씨 부부는 지난달 26일 투르 인근의 오를레앙의 전문기관에서 DNA 테스트에 응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쿠르조씨 집 냉동고에서 영아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이 불거지며 양국간에 파장이 일었다.

이후 프랑스에 휴가차 머물던 쿠르조씨 부부가 한국행을 거부하면서 수사 주체가 프랑스 사법 당국으로 넘어갔고, 한국측 수사 자료와 DNA 시료가 프랑스 측으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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