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박진 등 일부 중진의원 반발

<한나라당 박진 의원>

여야가 오랜 파행을 마무리 짓고 원구성 협상을 13일까지 완료하고 19일 본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키로 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후보를 놓고 각 당 내부적으로 열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일부 중진의원이 거세게 반발하며 당내 경선을 요구하는 등 심각한 내홍양상으로까지 번지며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결국 홍준표 원내대표는 중진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선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18대 국회는 18개 상임위원회중 의석수 기준에 따라 한나라당이 11개, 민주당이 6개, 선진당이 1개 위원장을 차지하는 쪽으로 여야 간에 잠정 의견조율이 이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11일 자당 몫 11개 상임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상임위 위원장 인선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안에 따르면 국회운영위원장에 홍 원내대표, 기획재정위원장에 서병수 의원, 국방위원장은 김학송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조진형 의원, 정무위원장에 김영선 의원, 국토해양위위원장엔 이병석 의원을 각각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 또 이한구 의원과 심재철 의원의 각각 예결특위와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은 뒤 1년 후 맞교대키로 내부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설되는 규제개혁특위위원장엔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정진석 의원을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選數 고려한 후보결정에 중진반발

그러나 당내 중진의원들은 원내대표단이 자당 몫 상임위원장 후보를 잠정 결정한 것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며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원내대표단이 한나라당 몫의 11개 상임위원장 선임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지만 문화관광위와 정보위, 통일외교통상위 등 경합이 치열한 곳의 위원장 후보로 오르내리던 일부 3선 의원들이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 권영세 의원과 박진 의원은 지난 12일 각각 정보위원장과 통외통위원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상임위원장은 전문성을 고려해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 정보위원장을 비롯 몇 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내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우선 원내대표단 안에는 최병국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권영세 의원이 경선을 요구하고 있어 오는 18일 경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외교통상위원장 후보도 원내대표단에서는 남경필 의원을 내정했지만 박진 의원이 반발하고 나서 마찬가지로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대표단은 또 문화관광위원장의 경우 고흥길 의원이 전반기를 맡고 후반기에 정병국 의원이 맡는 것으로 정리했으나 정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위원장에는 조진형 의원이 내정됐으나, 조 의원은 국토해양위원직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국토해양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병석 의원과의 경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외에도 김영선 의원이 맡게 될 정무 또는 보건복지위원장도 심재철 의원이 경선 불사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내대표단에서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정하며 의원들의 선수를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공개하는 등 파장을 줄이려 했지만 해당 상임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경선을 치루자는 주장을 하는 등 반발을 피하지 못했다. 원구성 협상의 큰 틀은 합의가 됐다지만 아직 원구성이 마쳐진 것이 아니어서 모양새도 좋지 못하게 됐다.

#원내대표단 한발 주춤‥경선수용

애초 당 지도부는 경선 없이 상임위원장 후보자를 내정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12일 당내 3선 의원인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이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상임위원장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14일 경선 공고를 내고 오는 18일 의총을 열어 원구성을 마감하기로 합의한 19일 내에 경선을 치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원장 경선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과거 거의 원내대표단에서 조정했다”며 “국회 재직연수를 기준으로 어제 오전 원내대표단 30여명이 모여 내부 확정을 하고 최고위원회의에 단수로 보고를 다했으며 최고위원 전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단수보고로 최고위원 전원의 동의를 받았다며 상임위원장 배분을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내정자 중에서 그 자리가 서운하다는 이들은 오늘까지 말하면 그 자리에 다른 분을 천거하고 (이의를 제기한) 그 사람은 경선을 하든지 그것은 그 사람 재량으로 맡기도록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홍 원내대표의 입장에 상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권영세, 박진, 정병국 의원등은 “홍 원내대표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특히 권영세-박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상임위원장 후보자는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의원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정하도록 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선수나 재직연수만을 가지고 획일적으로 상임위원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비민적 처사”라고 홍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아프리카 방문 차 이날 회견장에 참석치 못한 정병국 의원도 “경선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잇단 반발에 홍준표 원내 대표는 결국 지난 13일 경선수용의 뜻을 밝혔다. 또 일부 상임위원장 내정자가 다른 위원장을 원하는 경우엔 아예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을 놓고 벌이는 한나라당의 내홍이 국회개원 전부터 정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경선이 치러지더라도 이후 남게 될 후유증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리싸움으로 빚어진 이해 당사자간 내부 갈등의 골이 경우에 따라 깊어질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법사위원장직에 유선호 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이종걸 의원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위원장에는 이낙연, 이종걸, 정장선 의원 등이, 교육과학기술위원장에는 김부겸, 추미애, 이종걸 의원, 여성위원장의 경우 신낙균, 조배숙, 추미애 의원 등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환경노동위원장에는 추미애 의원과 정장선 의원이, 농수산식품위원장에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의원이 각각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데이코리아 이완재 기자 wan@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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