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타짜'라는 영화의 종영 무렵에 거금의 판돈 전액은 물론 지는 사람이 팔뚝까지 바치는 섬뜩한 도박장면이 벌어진다.

주인공 고니가 패를 빼돌렸다고 확신한 상대방은 빼돌린 패가 단풍 두장이 맞다고 주장하고 고니는 아니라고 맞서면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게 된다.

이에 고니는 판돈 전부와 팔뚝을 걸고 패를 뒤집자고 제안했고 상대방도 이에 동의한다. 이들 두 사람 모두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패 두장이 자신의 인지대로 어떠한 패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무모한 제안을 하고 또 제안에 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확신을 갖지않고 있거나 또 다른 속임수에 불과하다면 판돈 전부와 팔뚝까지 걸지는 않았을 것임은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명이 치는 도박판(6자회담)에서 판돈 모두에다 팔뚝까지 거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정치생명에다 체제안녕까지 위험해질수 있는 도박판에서, 패배하면 그대로 끝인 게임에서 '핵실험 강행'이란 최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제 공은 김정일에서 부시로 넘어왔다. 부시는 무력을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대화나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최후카드를 뽑아든 이면에는 핵실험 강행이 가짜이거나 속임수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쉽사리 단지 허풍으로만 오판해서 군사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수 없다.

오판에 근거한 전쟁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를수밖에 없다.

최근 미 국방부 사설기관이 내놓은 자료만을 보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경우 초기 90일간 민간인 100만명이 사망하고 미군 역시 5만200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부시도 주춤거릴수 밖에 없다. 이라크 침공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희생이 수반되는 것이다.

북측에서 최후 승부수를 던졌으면 신중히 응대해야 한다. 북의 승부수에 똑같이 응수하는 것은 누가 이기든 결국 남북 모두 공멸이다.

지금 북에서 바라는 것은 현재 미국에서 실시하고있는 금융제재등 북에 대한 각종 제재의 해제일 것이다. 그런데 해제란 실마리를 도외시하고 다른 방법만 모색한다면 서로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법만 도출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북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한편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어주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북 제재에만 모든 목소리가 맞춰져있다보니 이미 승부수를 던진 북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수 밖에 없고 미국의 군사적 제재가 시도된다면 북의 다음 행동은 '우려의 현실화'라는 카드밖에 없다.

공멸이냐 상생이냐, 우리와 미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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