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도사업 민간위탁 허용 방침에 한나라당도 반발

정부가 수도사업의 민간위탁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드러나 물가폭탄에 이어 물값폭탄도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실이 이번 달 펴낸 '수도사업 구조개편 및 경쟁력 강화방안'이라는 제목의 내부 자료에 의하면 정부는 오는 9월 수도사업 민간 위탁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2월 발의할 방침이다.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수계·급수인구·경제성 등을 고려, 규모의 경제 단위로 통합한 수도사업 관리권역 설정 △수도사업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직영, 공사화, 한국수자원공사 또는 민간기업에 위탁 등으로 경영방법 다양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함 등이다.

지자체가 경영방법 자율적 선택

이렇게 수도사업에 대한 민간위탁 경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설사 민간위탁 경영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경영만 민간에 위탁할 뿐이지 수도요금은 여전히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며 수도 요금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관리하는 공공요금에 포함돼 정책적으로 결정·관리되므로 급격한 요금인상은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에는 수도시설 및 공공하수도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소유임이 명시될 것”이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사업자간 합리적 역할 분담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은 정부 측 자료를 보더라도 근거가 약하다.

'수도사업 구조개편 및 경쟁력 강화방안' 자료에 의하면 올해 4월 30일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13개 지방자치단체의 수도 시설을 위탁 운영 중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도 시설을 위탁 운영하기 시작한 후 수도요금이 연 평균 0.11%-2.12%씩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도사업을 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1년 이후로 상수요금은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고 하수 요금만 지난 2005년 한 번 올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지난 27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표방하고 있는 공기업에 경영을 위탁해도 이렇게 수도 요금이 폭등하는데 회사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표방하는 민간 기업에 수도사업 경영을 위탁하면 수도요금은 더욱 폭등할 것”이라며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도 요금을 올려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와의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국회에서 통과 안 시킬 것”

김동언 간사는 “정부는 '설사 민간위탁 경영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경영만 민간에 위탁할 뿐이지 수도요금은 여전히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며 수도요금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관리하는 공공요금에 포함돼 정책적으로 결정·관리되므로 급격한 요금인상은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리 만무하고, 소유권도 없는데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민간기업들은 수도 요금 결정권까지 요구하게 될 것이고 정부는 그 요구를 수용하게 돼 물값 폭등과 수도 민영화는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수도사업 민간위탁 허용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정부여당은 수도·전기·가스·건강보험 등 4대 부문은 절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4대 분야 민영화 포기 선언 2달 만에 정부는 수도 사업을 민간에게 위탁하겠다고 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물산업 민영화를 안 한다더니 결국은 민영화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 민간위탁을 하겠다고 한다”며 “촛불이 타오를 때는 가스, 전기, 물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공공요금의 안정화를 위해 민영화 계획을 포기했다. 촛불이 좀 진정되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국가 정책이 이렇듯 손바닥 뒤집듯 뒤집혀졌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수도사업의 민간위탁 허용 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지난 24일 “환경부가 국민들에게 좀 더 값싸고 질 좋은 수돗물을 제공하기 위해 수도사업 경영을 직영·공사화·민간위탁 등으로 다양화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는 며칠 만에 180도 바뀌었다. 이는 지난 5월 달부터 2달여 동안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다음으로 많이 터져 나왔던 구호가 '수도·전기·가스·의료 민영화 반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자칫 또 다시 촛불민심을 크게 자극해 꺼져가는 촛불시위의 동력을 되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오전에 개최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수도사업의 민간위탁 허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추진하더라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안 해 준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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