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는 주말을 포함해 3일 밖에 되질 않아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고향에 내려간 사람들은 일찍 귀성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은 연휴를 활용해 수도권 도심으로 알찬 가족 나들이를 떠나보자.

■ 창건순서로 떠나는 서울 5대 고궁 나들이

추석연휴를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조용하게 연휴를 마무리 하고 싶다면 고즈넉한 고궁 나들이를 추천하고 싶다.
서울 5대 고궁 중 제일 먼저 창건된 것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이다. 북으로 북악산을 기대어 자리 잡았고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는 넓은 육조거리(지금의 세종로)가 펼쳐져, 왕도인 한양(서울) 도시 계획의 중심이다. 태조 이성계가 세운 경복궁은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대칭적으로 건축됐으나 중심부를 제외한 건축물들은 비대칭적으로 배치해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추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복궁에서는 조선시대 궁성문 개폐 및 수문장 교대의식과 현대판 국무회의인 조선시대 궁중조회 상참의 재현행사, 그리고 왕가의 산책 재현을 한다. 또 민속놀이와 줄타기 공연도 펼쳐진다.
창건 순으로 두 번째인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왕이 행차할 때 머물던 별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에 타자 광해군 때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역할을 했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이 좌우대칭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하여 한국 궁궐 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하고 또한 비원으로 잘 알려진 창덕궁 후원은 다양한 정자, 연못, 수목, 그리고 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세 번째 창경궁은 성종 14년(1483)에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창건한 궁이다. 수강궁이란 1418년에 세종이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의 거처를 위해 마련한 궁이다.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소실됐고 광해군 8년(1616)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인조2년(1624) 이괄의 난과 순조30년(1830) 대화재로 인해 내전이 소실됐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주며 정전인 명정전은 조선왕궁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점이 눈에 띈다.
네 번째 덕수궁의 탄생 배경은 이러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의주까지 피난을 떠났다 서울로 돌아와 보니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이 모두 불타버려 왕이 거처할 왕궁이 없었다. 그리하여 왕족의 집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완전했던 월산대군가를 행궁으로 삼아 왕이 거처하게 됐다. 광해군 3년(1611)에 행궁을 경운궁이라 했다. 1907년 7월에 이르러 일본침략자들의 강압에 의해 고종이 순종에게 제위를 전위 하자 선제가 거처하는 궁이라는 뜻으로 덕수궁이라 했다. 이곳 덕수궁에서는 9월 4일부터 18일까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이 열린다. 이 행사를 통해서 우리 전통 공예품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장인정신과 혼, 열정을 배우고 또한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적 271호로 지정된 경희궁은 조선후기의 이궁이었다. 경희궁이 들어서기 전 이곳은 인조의 아버지인 정원군의 집이 있었는데, 이곳에 왕기가 서려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 터를 몰수하고 왕궁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경희궁에 있던 건물의 상당수를 옮겼고 특히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점하면서 경희궁은 본격적인 수난을 맞이했다. 1910년 일본인을 위한 학교인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숭정전 등 경희궁에 남아있던 중요한 전각들이 대부분 헐려 나갔고 그 면적도 절반 정도로 축소됐다. 서울시는 1987년부터 경희궁지에 대한 발굴을 거쳐 숭정전 등 정전지역을 복원해 2002년부터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경희궁에서는 전통 국악공연, 농악놀이 및 전통 등공예 전시 등이 펼쳐진다.

■ 한국 민속촌
조상들은 추석연휴 때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궁금하다면 가족들과 함께 한국 민속촌을 방문해 전통놀이와 세시풍속을 경험해보자.
전통 문화를 볼 수 있는 대표적 장소인 용인 한국 민속촌은 오는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한가위 연휴를 맞이해 잊혀진 고유의 세시풍속과 함께 온 가족이 풍성한 한가위를 즐길 수 있는 한가위 맞이 민속 한 마당을 진행한다. 한가위 맞이 민속 한 마당에는 한 해의 풍년을 감사하는 큰 굿을 비롯해 경기도의 대표적인 추석 세시놀이인 거북놀이, 성주고사, 한가위 떡 한마당 등 추석고유의 세시풍속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자녀들에게 신기한 전통 농기구를 체험하며 가을농경을 익힐 수 있는 가을 농경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마음껏 즐겨볼 수 있는 고구마 구워먹기, 콩 서리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민속놀이인 닭 씨름대회,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항아리에 화살을 던지는 놀이인 투호, 제기차기와 한가위 큰 박 터트리기 행사도 준비돼 있다.

투데이코리아 양문철 기자 dgforever@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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