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로맨틱한 연주 기대하세요"

"그러고 보니 낙엽 지는 가을에 한국에 가는 건 처음이에요. 주로 여름에만 갔었는데…. 연주곡들도 주로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고요."

22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를 가진 첼리스트 장한나(23)는 마침 뉴욕 근교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독일 브레멘 등을 돌며 한 달 가까이 연주를 한 뒤 1주일 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주 정도 쉰 후 11월 10일께 한국으로 들어와 18일 충남 금산을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독주회를 열 예정이다.

장한나는 지난 9월에는 영국 로열 앨버트홀에서 매년 열리는 'BBC 프롬스(Proms)' 무대에도 처음 섰다. '프롬스'는 산책을 의미하는 '프롬나드(Promenade)'와 '콘서트(Concerts)'의 합성어로, 부담없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신이 나서 런던에 갔는데, 마침 그때가 런던 지하철 테러범들이 잡힌 직후였어요. 비행기에 악기 반입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날이 바로 LA 연주였는데…. 할 수 없이 새벽 5시에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로 간 다음 다시 LA로 가야했죠. 꼬박 24시간이 걸리는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어요."

장한나는 얼마전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8월호를 통해 발표한 '내일의 클래식 슈퍼스타' 2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정된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이 저에 대한 글을 써주셨다는 것은 잡지가 나오고서야 알았어요."

하버드대 인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장한나는 2년 전 휴학을 했다. 연주회 일정이 너무 빡빡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책벌레'인 그는 아직도 틈만 나면 전공 관련 서적이든 소설책이든 가리지 않고 집어든다.

"앞으로 2-3년은 학교에 가기 힘들 것 같아요. 몇 년 더 지나서 안식년 같은 걸 가져서 제대로 공부할 생각이에요. 1년이나 연주를 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천천히 계획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조지 엘리엇 작품들에 심취해 있다고. 최근에 읽은 것은 엘리엇의 말기 작품인 '다니엘 데론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철학과 심리학이죠. 철학과 심리학을 함께 공부하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공부를 하면서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것이 인간으로서 뿐 아니라 연주자로서도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장한나는 내년 봄 랄로의 첼로협주곡을 비롯해 드보르자크, 차이코프스키, 생상스, 오펜바흐 등의 첼로 소품들을 담은 새 음반을 낼 예정이다. 모두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다.

"제 외모는 하버드 입학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아직도 볼의 젖살이 그대로죠. 얼마전 나온 쇼스타코비치 앨범에 나온 제 사진이 유난히 날카로운 모습이라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아마 이번 새 앨범을 보시면 또 한 번 놀라실걸요. 저의 로맨틱한 모습 기대해주세요."

장한나는 "올 여름 초등학생 등을 위한 '어린이 음악회'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일이 꼬여 성사되지 못했다"며 "꼭 하고 싶은 일인만큼 내후년쯤부터는 반드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일정 : 11월18일 오후 3시 금산 다락원 생명의집/19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22일 오후8시 성남아트센터/25일 오후7시 안산 문화예술의전당/26일 오후6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28일 오후7시30분 부산문화회관/30일 오후8시 광주 문화예술회관. 2만-12만원. ☎02-74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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