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강원 영동지역에 태풍 수준의 바람을 동반한 폭우로 일부 지역 해안가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또다시 유실돼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9시 현재 강수량은 미시령 299㎜, 오색 270.5㎜, 향로봉 252.5㎜, 설악산 251㎜, 속초 설악동 250.5㎜, 강릉 238.5㎜, 양양 강현 225.5㎜, 속초 209㎜, 오색 173㎜, 춘천 56㎜, 홍천 54.5㎜ 등이다.

또 이날 순간 최대 풍속은 속초가 초속 57.2m, 강릉 주문진 37.1m, 향로봉 35.7m 등으로 태풍급의 강풍이 강원 동해안 지역을 강타했다.

◇강풍 피해 및 정전사태

이날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강원 동해안 영동지역은 고압선이 절단돼 정전사태가 빚어졌고 일부 해안 저지대가 침수되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등 5개 구간에서 강풍으로 고압선이 절단됐다.

이 사고로 강릉 경포, 정동진, 안목, 청량동, 주문진 일대 1만 3천여 가구가 정전되는 사태가 빚어져 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으며 해안가 횟집들은 수족관 산소공급이 중단돼 다량의 어패류가 폐사했다.

한전은 전력 복구반을 긴급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초속 20~25m 규모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강릉과 속초 등 영동지역 도심 구간 곳곳에서는 가로수와 각종 시설물이 강풍으로 찢기고 부러지는 등의 피해도 속출했으며 양양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수해복구 도로 유실.주민 고립

지난 7월 집중폭우로 유실돼 응급 복구됐던 인제군 북면 한계리 임시도로와 교량이 이날 집중 폭우로 유실돼 수해지역 주민들이 또다시 수마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오전 이날 오전 7시께 인제군 북면 한계리 민박촌 인근의 임시 도로 2곳과 가교 4곳이 폭우로 유실돼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계 2리와 3리 주민들을 비롯해 컨테이너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던 주민 등 이 마을 58가구 130여명의 주민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됐다.

또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 10번 군도 필례약수~한계령 방면 3㎞ 구간과 속초시 영량동~동명동 영금정 입구 해안도로 300여m 구간이 침수돼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밖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양양군 오색초교와 송포초교 등 2곳이 임시 휴업을 했다.

◇침수 및 어선사고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동반한 폭우로 동해안 지역 어선이 좌초되는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강릉시 주문진읍 하수종말처리장 앞 해안에서 주문진항으로 입항하던 채낚기 어선 제1금강호(29t)가 파도로 좌초돼 선원 5명이 물에 빠졌으나 다행히 모두 구조됐다.

또 속초시 장사항에서 대피해 있던 선박 11척이 파랑으로 침수됐고 속초 온정초교 운동장과 인근 마을 진입로 구간이 물에 잠겨 인근 가옥 4채가 침수되는 등 속초지역 도심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밖에 속초시 장사동 한화콘도 인근 드라마 대조영 세트장에 토사가 유출돼 응급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취소 및 등산객 대피

이날 오전 8시께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떠날 예정이던 당일 및 1박2일 관광객 334명이 이날 폭우로 발이 묶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으로 가는 북한지역 봉화리 도로가 침수돼 금강산 관광이 취소됐다"며 "해당 관광객들에게 100% 환불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침수 도로에 물이 빠지면서 오전 11시 20분께부터는 금강산 관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설악산 국립공원 등반객 221명도 이날 폭우로 중청과 소청, 희운각 대피소 등으로 각각 대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된 강한 강수대가 조금씩 남하하고 있으나 강풍을 동반한 비는 오늘 밤까지 많은 곳은 60㎜가 더 내릴 전망"이라며 "산간지역은 진눈깨비가 내리고 내일까지 기온이 하강하면서 눈이 쌓이는 곳이 있겠으니 차량운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강원 영서 북부와 동해안 등 7개 시.군에 발효한 호우경보를 해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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