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靑책임론 거론할 때 아니다"..적전분열 경계

열린우리당은 세차례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달중 본회의를 다시 열어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이 전효숙 후보자의 자진사퇴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표결을 통한 정면돌파를 위해 소야(小野) 3당 설득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본회의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 등으로 인해 개의조차 되지 못한채 자동유회되면서 국회법상 매일 오후 2시 본회의가 자동 소집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내달 11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앞서 국감 계획서 채택을 위해서라도 이달중 본회의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이목희(李穆熙) 전략기획위원장은 20일 KBS와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인사청문특위에서 사흘이 지나도록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고, 지금은 본회의가 유회돼 있기 때문에 의장이 여건이 되는 대로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당은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에 필요한 의결정족수(149석)를 채우기 위해서는 소야3당중 일부만이라도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섭단체에 대한 설득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전날 소야3당의 중재안을 전면 거부하고 전효숙 후보자 개인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물리력으로 임명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은 것을 계기로 소야 3당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보고 소야3당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헌재소장 임명동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어제는 절차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고 전효숙은 무조건 안된다며 본색을 드러냈다"며 "후보자의 적격 여부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고 표결로 말하는게 헌법과 법률의 요구"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중재노력을 기울여온 야3당도 한나라당의 일당 횡포, 오만과 독선앞에 무기력하게 끌려가서는 안되며 오늘중으로 분명한 입장정리가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그렇게 양보했는데도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전혀 타협하지 않는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당이 법적 하자에 대한 확실한 보정조치를 취한다면 여당쪽으로 가서 (임명안을) 처리해야 하고, 여당과 야3당의 처리도 합의처리로 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당내 기류가 임명안 표결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내비쳤다.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도 한나라당이 소야 3당의 중재안을 전면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비교섭3당이 여당과 함께 표결에 응할 경우 직권상정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소속의원 명의의 결의문을 통해 "전효숙 후보자 임명안은 사실상 폐기됐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여당의 재상정 및 표결 처리 시도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민주당에 대한 공조 제의와 관련, "민주당이 정치적 매춘행위를 하니까 수구정당이 민주당을 탐하는게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 임명안 정국에 돌발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민주당 김재두(金在杜) 부대변인은 민 위원장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은 정치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망발을 한 민 위원장의 당직을 박탈하고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지난해 여름내내 정권을 통째로 줄테니 한나라당에게 대연정을 하자고 애걸복걸했던 열린우리당이 남을 욕하고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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