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자살실태 분석-(6)

보건복지부․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자살예방캠페인을 진행해온 투데이코리아는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자살실태를 심도 있게 파악해보고자 한다. 우선 자살실태에 관한 통계분석을 통해 자살의 원인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계치가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도록 하자.

통계청, 지난 한해 12,047명 스스로 목숨 끊어
연령별 '자살', 30대~50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
85세 이상 노년자살 2000년 대비 3.3배 늘어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통계에 따르면, 2005년 한해에만 우리나라 인구 12,047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5년도 자살인구 4,840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 자살자 숫자를 살펴보면, 대부분 연령층에서 자살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 40~44세가 지난 5년 동안 최다 자살 연령층이었고, 이 연령층의 전후에 포진한 연령층들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자살은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연령대는 80~84세와 85세 이상으로 2000년 대비 3.3배가 증가했다. 이는 의학기술 등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졌지만 길어진 여생을 정신적․육체적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미비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도 인구 10만 명당 연령별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순위를 보면, 10~19세가 2위(4.2명), 20~29세가 1위(17.7명), 30~39세가 1위(21.8명), 40~49세가 2위(28.3명), 50~59세가 5위(34.6명), 60~69세가 5위(54.6명)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원인별로 볼 때 자살이 차지하는 전체 순위는 4위이며, 해마다 그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

연령별 자살방법을 살펴보면, 10~19세는 '추락' 방법을 통한 자살이 많았고, 20~69세는 목을 매어 자살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70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에는 농약중독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에 따라 자살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되며, 자살방법으로부터 자살 위험자를 차단하는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연령대별로 차별화하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05년 자살자 수는 14,011명으로 하루에 약 38.39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무려 718명이 증가한 수치다. 자살자의 남녀 성비를 보면, 2000~2004년 5개년 통계에서는 남성이 71.4%, 여성이 28.6%였으나, 2001~2005년의 5개년 통계에서는 남성 자살자 비율이 70.7%, 여성 자살자 비율은 29.3%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도 여성 자살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05년도 자살 성별현황을 보면, 전년대비 증가한 전체 자살자 718명 중 남성은 226명 증가한데 비해, 여성은 492명이나 늘어났다.

2001~2005년 연령별 자살현황을 살펴보면, 61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이 전체의 28.6%로 가장 높게 나타나, 그동안 자살에 대한 최다 노출 연령층이라 여겨졌던 41~50세 중년 남성들의 자살률인 24.1%를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한국자살예방협회 고뢰자 과장은 “자살인구의 증가는 노령화와 관계가 많다”며 “경제적 빈곤, 신병 비관, 자식들에 대한 부담감, 급격한 이농현상 등 직․간접적인 요인 때문에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 라는 노인의 4고(四苦)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년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적 관심이 시급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 청년층 자살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의 만연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20대 초반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 출산․고령화 사회에서 20대 젊은 노동력은 국가지속가능 발전의 성장 동력인만큼 이들의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 또한 시급한 시점이다.

자살동기별로 지난 5년간 자살현황을 살펴보면, 염세․비관 44%, 병고 24.4%, 치정․실연․부정 8.8%, 가정불화 6.9%, 정신이상 6.3%, 빈곤 4,9%, 사업실패 3.1%, 낙망 1.6%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관의 원인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양극화로부터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어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살통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살통계에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통계청은 통계법 및 호적법에 의하여 국민이 제출한 사망신고서를 자료의 근거로 하고 있는 반면 경찰청 통계연보는 경찰수사를 자료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관련 통계는 특히 사체와 관련해 의학적인 전문적 훈련 여부와 사망원인 분석에 투입되는 시간 등에 따라 통계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살 사건은 그 원인 등을 유족들이 숨기려는 경향이 많아 실제보다 과소추정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자살실태조사에 대한 통계가 얼마나 부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부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대책은 제대로 된 대책일 수가 없다. 자살통계는 관련기관의 원활한 협조 하에 자살유형, 동기, 방법 등을 다양하게 세분화하여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공신력 있는 자살통계가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권승문 기자 ksm@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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