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54)씨는 충남 서산시의 바닷가가 보이는 농지 800평을 내놨지만 8개월째 못팔고 있다. 지난해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8.31대책 등이 터지면서 토지시장이 싸늘이 식어버린 탓이다.

김씨는 "양도세도 겁나고, 대출금도 갚기 위해 빨리 팔아야겠는 데 매기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토지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렸다. 팔고 싶은 사람은 넘치는데 매수자는 자취를 감췄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불붙었던 '땅 투자 열풍'이 최근들어 완전히 식은 것이다.

우리은행 PB사업부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최근 공장용지나 물류창고 등만 간간히 거래될 뿐 투자 차원에서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인은 8.31대책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부터 비사업용토지나 농지.임야의 외지 소유자(부재지주)의 경우 비투기지역에서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돼 세 부담이 커졌다. 종전까지 비투기지역에서는 시가보다 훨씬 싼 공시지가로 양도세를 부과했었다. 올들어 실거래가 신고로 취득.등록세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또 내년부터는 부재지주의 양도세율이 종전 9-36%에서 60%로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10-30%)도 받을 수 없게 돼 장기 보유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외지인의 진입을 봉쇄한 것도 환금성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이 때문에 요즘 토지시장은 매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강원도 원주 등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인근 토지만 반짝 거래가 이뤄질 뿐 8.31대책 이후 실질 거래량은 그 전에 비해 70% 정도 줄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장기투자를 고집하기로 유명한 부자들도 땅을 팔기 시작했다. 부자 고객들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PB사업부에는 토지 처분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경기도 이천, 용인, 안성, 하남, 양평, 경남 부산, 양산, 제주도 등 전국 각지의 땅을 팔아달라고 받아놨지만 매수자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 부재지주의 양도세 중과 등으로 그 전에 팔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도 "웬만하면 장기투자를 하는 땅 부자들까지 팔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8.31대책이 영향이 크다고 보야 한다"며 "당분간 토지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가격 하락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양도세 중과까지 아직 6개월 이상 시간이 남아있는데다 어차피 물건을 내놔도 살 사람이 없어서다.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급매물이 1-2개 나와봤자 토지거래허가를받을 수 있는 현지 중개업소 차원에서 인수해버리거나 현지인, 친인척끼리 조용히 거래해 전체 시장의 시세를 떨어뜨리진 못하고 있다"며 "양도세 부담이 커져 싸게 팔 수 없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양도세 중과 전까지 팔려는 매물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집중될 경우 가격이 폭락하고, 매물이 넘치는 '토지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요즘 토지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며 세금 때문에 외지인의 토지 투자가 힘들어진 만큼 특별히 개발호재 지역 아니면 매수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디지탈 뉴스 : 박남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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