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탁상행정 전형" vs 복지부 "정부안대로 추진"

보건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바짝 조이고 있다. 보험업계가 '사업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선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보험업계 사장단이 얼마 전에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때만 해도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열어 민영의료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하자 보험업계는 이례적인 규탄 성명까지 벌이는 등 양측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쟁점은 무엇인가

핵심 쟁점은 보건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 금지에 모아진다.

현재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은 보험가입한도내에서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구분하지 않고 환자가 부담하는 실제치료비를 보장하고 있다.

의료비용은 급여와 비급여 부문으로 나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적 의료보험은 보통 급여부문의 70%쯤을 보장하고 급여부문의 나머지(법정 본인부담금)와 비급여(고가 의료기 이용 등) 부문은 환자가 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정부의 개선안은 "병원비가 1만원 나온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가입자의 병원비를 앞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640원, 환자가 2340원, 보험사가 2020원씩 나눠 내자"는 안이다.

이에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비급여 부분만 보장할 경우 고소득층만 가입할 가능성이 의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질타했다.

보험업계는 "환자본인부담금에 대한 보험보장을 금지하는 당국의 개정안 현재 1,000만명에 이르는 보험가입자와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의료기관을 자주 찾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발견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비 총액은 줄어들고 건보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합리적 보험시장 작동 저해 논란

민영의료보험의 지급율 개선 장치에 대해서는 정부와 보험업계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정부의 급여 지급율 개선 장치는 보험가입자의 재정적 위험 보호를 위해 사전적으로 최저 지급율을 보장하거나 사후적으로 급여지급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일정 비율의 지급율(전체 수입액 가운데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 기준을 정해두고 이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가입자에게 보험료 일부를 돌려주거나 일정기간 이후 유지된 계약 중 보험금 지급이 낮은 계약자에게 매년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사실상 보험업계의 수익 위주 경영에 따른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최소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의료보험 제도 자체를 부인한다는 면에서 보험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보험업계는 "일정 비율의 지급율 기준을 정하고 지급율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가입자에게 보험료의 일부를 환불해야 한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율 이상의 손해발생시 부족분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이익 발생시에는 혜택이 없고 손실 발생시에는 주주가 전액 부담하게 될 경우 보험 시장 존속 자체가 부인된다는 논리다.

공은 국회로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안을 내년 초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도 정부 안과 같은 내용의 민영의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변수는 금융 당국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부 안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민영의보 상품의 감독권을 금감위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금감위측은 "불만은 있지만 정부 안이 확정된 이상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31일 "보험상품은 '사고발생의 우연성'을 기반으로 상품을 설계하는데, 민영의료보험은 환자가 선택 가능한 비급여 서비스 부분만을 보장하게 된다면 '악의적 보험가입자'를 양산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정부 안대로라면 기존 민영의료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6조4000억원(2004년 기준)의 본인 부담금을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지속할 세다.

그러나 복지부도 "보험업계는 취약한 보장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민영의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기업 이윤 극대화만 노린 비윤리적인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복지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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