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 낱낱이 파헤칠 것”vs"정책국감 돼야”

국정감사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참고로 이번 국정감사는 오는 6일부터 25일까지 20일간 47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본래 국정감사라는 것이 국회가 행정부의 전 부처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실정 등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간, 국회·정부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유독 여·야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야권은 이번 국정감사를 정부여당의 지난 7개월여 간의 실정을 집중 부각시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해 대안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10% 대 후반에서 20% 대 초반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 올린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야권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멜라닌 파동에 대한 정부의 미숙하고 안일한 대처 △환율 정책 실패 △방송장악 문제 △각종 권력형 비리 △공기업 민영화 문제 △공안정국 조성 △촛불시위 폭력 진압 등 현 정권의 실정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중진-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과거 같으면 정권 출범 후 7개월이면 겨우 허니문 기간이 끝나 국민 여러분께서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줬으면 하는 기대치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실정에 실정을 거듭했기 때문에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께서 아시고 싶어 하시는 것도 많고 민주당이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국정감사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7개월 동안의 국정 전 분야에 걸친 실정을 낱낱이 파헤쳐서 국민께 보고 드리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대안까지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간 힘겨루기 치열할 듯

구체적으로 정 대표는 “우선 민생문제부터 시작해서 환율 정책의 문제, 언론탄압 문제, 공안정국?표적사정 문제, 교과서 왜곡문제 등 끝이 없다”며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 드리고 10년 동안 집권을 했었던 정당으로서의 정책능력도 보여드려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서 국민이 다시 한번 민주당에 기대를 하고 관심을 갖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번 국정감사를 민주당은 민생국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잘못된 국정운영을 통해서 민생파탄·정책파탄을 불러일으킨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치안의 책임자인 어청수 경찰청장, 방송통신장악 음모의 책임자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인적 청산을 통한 국정 쇄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3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번 국정감사가 '정책국감'이 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야권의 현 정부 실정 공격이 도를 넘었다 싶으면 참여정부에 대해 포문을 연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다른 때 국정감사와는 달리 가능하면 '정책국감'으로 갈 수 있도록 주력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만약 야당 측에서 '정책국감'이 아닌 '정쟁국감'으로 몰고 갈 경우에는 저희들도 거기에 충분한 대비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을 야당 측에 오늘 경고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가능하면 지난 정부의 과오는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들춰내서 미래로 가는 길에 서로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정책국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야당 측에서 최근에 증인 신청을 하는 것을 보니까 '정쟁국감'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거기에 대해서도 원내대책단에서 충분히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며 참여정부를 공격할 실탄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홍준표, '정쟁국감'에 철저한 대비

이런 이유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 협상에서도 야권은 주로 현 정부 측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주로 참여정부 측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이렇게 여·야간 힘겨루기장인 것만은 아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도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본인의 능력과 자질을 적나라하게 평가받고 과시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의원 개개인이 국정감사에 어떻게 임했는지는 해당 의원들에 대한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은 다음 총선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유로 국정감사는 정당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의원 개개인한테도 아주 중요한 일정이다.

사실 의원 개개인들에게 있어 이미 국정감사는 진행 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본인의 의정활동을 알리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윤리특별위원회·보건복지가족위원회·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은 그 동안 공공연히 자행된 대형병원들의 진료비 과다 청구 실태를 파헤쳤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달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진료비가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라며 환자 본인에게 전액 징수했다가 민원 제기로 뒤늦게 환자에게 진료비를 되돌려준 '과다 본인부담금 환불' 행태가 국내 유수의 대형병원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국내 종합전문병원 가운데 과다 본인부담금 환불 액수가 가장 큰 병원은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으로 환불 779건에 환불액은 74억8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립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도 지난 해 환불금 규모가 10억7800만원(318건), 2006년에 1억2900만원(72건)으로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3억8400만원(259건)으로 3위를 달려 본인부담금 과다 징수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환불금 규모에서 2007년 9억 600만원(319건)으로 3위, 2006년 8800만원(32건)으로 4위였으며, 2008년 상반기에는 500건(6억 3900만원)으로 건수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사유별로 분석하면, 보험급여 대상인 진료비를 병원 측에서 임의로 비급여 처리해 본인에게 전액 부담시킨 경우가 2008년 상반기와 2007년 각각 50.8%, 2006년 57.0%에 이르는 등 병원 측의 고의적인 과다 징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질병별로는 백혈병, 간암, 심근경색증 등이 상위권을 차지해 중병일수록 진료비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경남 사천시,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은 지난 달 2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요구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 8월 25일 한국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서명한 '한·중 수출입수산물 위생관리에 관한 약정서' 개정안(이하 약정서 개정안)이 기존의 약정 내용보다 대폭 후퇴한 것으로 밝혀져 이명박 정부의 식품 안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또 다시 국민들의 식생활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에 요구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양국이 서명한 약정서 개정안에서는 '양국이 상대국으로부터 수입된 수산물에서 위생 및 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내용을 '1년에 2회 이상 중대한 위해요인에 의한 부적합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5일 이내로 수입중단을 해제'하도록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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